현재 환율이 급등하고 주식과 부동산 등 자산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냉정한 원인 분석과 해법을 제시하기보다는 자극적인 주장으로 불안감을 확산시키고 있다. 지난 5년간 정부가 건전한 재정을 유지하고 통화를 안정적으로 관리했다면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해외의 인플레이션은 우리의 수출을 증가시키고 우리의 통화를 강하게 만든다. 원자재 가격 상승의 악영향도 제한적이었을 것이다.
지난 5년간 방만한 재정지출로 우리의 경쟁력은 약화했다. 중앙정부의 총지출 규모는 2017년 400조 5000억 원에서 2021년 558조 원으로 39.2% 증가했지만 동 기간 평균 경제성장률은 2.3%에 불과했다. 문재인 정부의 재정 효율성 수준은 과거 박근혜 정부나 이명박 정부의 3분의 1 수준 이하다. 국가채무는 2017년 말 660조 2000억 원에서 2022년 1068조 8000억 원으로 늘어나 동 기간 408조 6000억 원 증가한다. 노동 관련 규제를 비롯한 각종 규제가 강화되면서 경제체제는 위기에 더욱 취약해졌다.
2020년 이후 과도한 유동성 공급은 현재 상황을 만든 주요인이다. 2021년 8월부터 기준금리를 인상했으나 통화량 증가는 통제하지 못했다. 총통화량(M2) 기준으로 통화량은 2021년 8월에 전년 대비 12.5% 급증했다. 지난해 12월에는 통화량 증가율이 13.2%까지 상승했고 이후 하락했으나 올해 3월까지도 10%를 넘었다. 물가 상승률은 통화 증가율과 화폐 유통 속도 증가율의 합에서 경제성장률을 차감한 수치로 결정된다.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면서 화폐의 유통 속도가 증가하고 통화 증가률은 10%를 상회했다. 경제성장률이 2.3%라면 물가 상승률 압력은 적어도 7.7% 이상이다. 지금의 문제는 문재인 정부가 만들었지만 이제 우리가 해결해야 한다.
현재 기준금리는 정상적인 수준인가. 소비자물가지수는 7월 6.3%까지 상승했다가 9월 5.6%로 다소 떨어졌지만 아직도 높은 수준이다. 과거 5%대의 물가 상승률에 상응하는 기준금리 수준은 5%대였다. 장기적으로 금리는 물가 상승률보다 낮은 수준으로 유지될 수 없다. 기준금리를 인상하지 않아도 시장금리는 올라간다.
우리의 기준금리는 정상 수준보다 낮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물가 상승률 억제 의지가 강한 만큼 원·달러 환율이 급등할 수밖에 없다. 통화가치가 떨어지는 나라에 투자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물가를 안정시키지 못하면 수출 경쟁력도 떨어진다. 현재로서는 기준금리를 정상적인 수준으로 빨리 인상해 물가 상승 기대 심리를 억제하고 물가와 환율을 안정시키는 것이 시급하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 경제가 기준금리 인상을 견딜 수 있는가.
올해 3·4분기 기준으로 고용시장은 지난 5년의 어떤 시기보다 활성화되고 있다. 15~64세 인구는 28만 1000명 감소했지만 취업자 수는 오히려 49만 5000명 증가했다. 고용률은 62.8%로 지난 5년간 평균 고용률인 60.6%보다 2.2%포인트 높다. 지난 5년간 제조업 취업자 수는 매년 감소해 총 21만 6000명 줄었으나 올 3·4분기에만 제조업 취업자 수가 전년 대비 21만 4000명 증가했다. 고통스럽지만 금리 정상화를 견딜 수 있는 상황이다.
물가 안정이 통화 당국의 몫이라면 이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것은 재정 당국의 일이다. 국민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은 시장금리다. 정부가 지출 효율성을 제고하고 재정을 건전화해 국채 순발행을 억제함으로써 시장금리를 안정화해야 한다. 기업들이 제값을 받고 경제가 성장하려면 공급 중시 정책으로 정책 기조도 전환해야 한다. 인력 양성과 기술 개발, 산업 생태계 조성 등으로 수출 경쟁력을 확보해야 고금리와 고환율, 그리고 저성장의 삼중고를 극복할 수 있다. 법으로 정한 의무지출, 기업을 옥죄는 수많은 규제, 그리고 국회에서 낮잠을 자는 경쟁력 강화 관련 법 등으로 건전재정 확보 및 지출 효율화에 어려움이 있다. 이제 국회가 나서 잘못된 법들을 개정하고 필요한 법들을 제정해야 한다. 각계의 합리적 대응이 절실하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