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집권 보수당 내에서 감세안 ‘백지화’로 리더십에 치명상을 입은 리즈 트러스 총리에 대한 퇴진 요구가 커지고 있다. 일부 의원들은 공개적으로 트러스 총리의 퇴진을 요구하고 나섰고, 보수당 규정을 바꿔 트러스 총리의 신임 여부를 물어야 한다는 의견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16일(현지 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트러스 총리가 자진 사퇴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낸 보수당 소속 의원은 이날까지 3명으로 늘어났다. 이 가운데 한 명인 제이미 월리스 하원 의원은 트러스 총리에게 보낸 ‘퇴진’ 서한을 자신의 트위터에 공개한 뒤 “최근 트러스 정부는 영국 경제에 대한 신뢰도를 깎아 내리고 이에 따라 보수당에는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균열이 갔다”며 “더 이상은 안 된다(Enough is enough)”고 밝혔다. 또 보수당 소속 하원 의원 모임인 ‘1922위원회’에 트러스 총리에 대한 불신임 투표를 제안할 수 있도록 당규를 고쳐야 한다는 의원들의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현재 보수당은 당 대표 취임 후 1년까지 불신임 투표는 면제받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이 규정을 변경하는 한이 있더라도 트러스 총리에 감세안 철회에 따른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트러스 총리에 대한 공개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스튜어트 로즈 보수당 상원 의원은 “총리는 기업과 투자자, 유권자와 당 동료들의 신뢰를 모두 가져야 하지만, 트러스는 이 가운데 현재 아무것도 갖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투자은행 에버코어의 앨리슨 칸와스 선임고문은 “트러스는 역대 최단명 총리가 되어야 한다”며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트러스 총리를 옹호하는 보수당 내 목소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대표적으로 트러스 총리와 보수당 경선에서 경쟁했던 페니 모돈트 영국 국제무역부 장관은 “현재 영국에 필요한 것은 (트러스 총리 퇴진에 따른) ‘연속극’이 아니라 안정”이라며 “트러스 총리에 당이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신에 대한 퇴진 요구가 커지는 가운데 트러스 총리는 감세안 백지화에 따른 수습에 나섰다. 감세안 철회에 대한 책임을 물어 쿼지 콰텡 전 재무부 장관을 경질한 뒤 후임으로 ‘반(反) 트러스’ 인사에 속하는 제레미 헌트를 새 재무장관에 임명한 트러스 총리는 17일 총리 관저에서 내각 회의를 개최한다. 트러스 총리는 이 자리에서 오는 31일 새롭게 발표할 중기 재정 계획에 대한 논의를 이어간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트러스 리스크’가 영국 경제의 전망을 불투명하게 만들고 있다며 불안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이날 영국의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1%에서 0.4%로 큰 폭으로 하향 조정했다. 앞서 국제통화기금(IMF)은 내년 영국 경제 성장률이 0.3%에 그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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