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서비스 먹통 사태와 같은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법안이 제20대 국회에서 발의됐지만 ‘이중 규제’를 우려하는 업계와 일부 의원들의 반대로 무산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에서는 뒤늦게 이번 사태를 예방하기 위한 법안 발의가 진행되고 있지만 ‘사후약방문’이라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2020년 3월 박선숙 당시 민생당 의원은 방송통신재난관리기본계획을 수립·시행하는 대상인 주요 방송통신사업자에 ‘데이터센터운영사업자’도 포함시키는 방송통신발전기본법(데이터센터법)을 대표 발의했다.
2018년 KT 아현지사 화재 사고와 같은 재난으로 인한 통신 장애를 막자는 취지의 법안이었다. 당시 문재인 정부의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법안 통과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법안 심사 과정은 난관의 연속이었다. 소관 상임위인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부터 반대 목소리가 나왔다. 2020년 5월 7일 과방위 회의록을 보면 더불어민주당 소속 손금주·이상민 의원은 ‘중복 규제’의 우려가 있다며 법안 통과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결국 해당 법안은 두 의원의 반대 의사를 소수 의견으로 첨부한 채 법제사법위원회로 넘겨졌다.
같은 달 20일 열린 법사위 전체회의에서도 김종민 민주당 의원은 “이미 정보통신망법에 인터넷데이터센터(IDC) 보호에 대한 규율이 들어가 있다”며 “중복 규제로 과잉 금지에 위배된다는 법적 쟁점이 있을 수 있다”고 반대 의사를 밝혔다. 정점식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의원도 “IDC 사업자들은 영업 비밀이라든지 사생활 비밀 침해에 대한 우려가 있다며 굉장히 걱정을 많이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최기영 당시 과기부 장관은 “데이터센터가 재난에 대비하지 않으면 굉장히 큰 혼란이 일어날 수 있다”며 “중복(규제) 사항은 시행령으로 조정할 테니 법안을 통과시켜달라”고 호소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채이배 민생당 의원과 백혜련 민주당 의원도 “시행령으로 조정하더라도 법안 통과가 필요하다”며 최 장관의 목소리에 힘을 보탰지만 이번에는 이들의 목소리가 소수 의견에 그쳤다. 데이터센터법이 좌초 되는 데는 50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당시 네이버 등 부가통신사업자 측에서 강하게 반대 의견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본회의 문턱 앞에서 입법이 꺾이면서 당시 국회 의원회관 내 과방위 전문위원의 사무실 앞에는 ‘네이버 관계자 출입 금지’라는 팻말이 걸리기도 했다.
한편 국회 과방위 민주당 간사인 조승래 의원은 17일 카카오와 네이버 등 부가통신사업자와 데이터센터를 국가 재난 관리 체계에 포함하는 방송통신발전기본법 개정안을 다시 대표 발의했다.
정기국회 내 발의를 목표로 법안을 준비했지만 이번 카카오 사태를 계기로 발의 시기를 앞당겼다. 조 의원은 “국가의 재난 관리 체계를 정비하고 주요 서비스에 대한 대책을 마련함으로써 다시는 이런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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