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 감산, 인권 문제 등으로 미국과 사우디 아라비아와의 관계가 틀어질 대로 틀어진 가운데 사우디 정부가 자국 정부를 비판한 이유로 구금된 미국인에게 징역 16년의 중형을 선고한 것으로 드러나 외교적 파장이 일고 있다.
특히 구금된 미국인의 가족이 ‘미국 정부가 자국민 보호를 사실상 방치 했다’는 문제를 제기하면서 조 바이든 행정부도 적지 않은 부담을 떠안게 됐다.
18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사우디는 지난 3일 트윗을 통해 자국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기소한 사우디계 미국 시민권자인 사드 이브라힘 알마디(72)에게 징역 16년 형을 선고히고, 16년 간의 여행 금지령을 내렸다. 이에 따라 그가 사우디에서 전체 형을 복역하고 미국으로 돌아가려면 104세까지 살아야 될 것이라고 WP는 전했다.
알마디는 지난해 11월 가족 방문차 사우디 리야드를 찾았다가 공항에서 바로 체포됐다. 그가 체포된 이유는 지난 7년여간 미국에서 게시한 14개의 트윗 때문으로, 여기에는 사우디에 의해 암살된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에 대한 내용을 비롯해 사우디의 부패를 비판한 내용 등이 포함돼 있다.
사우디 정부는 알마디가 테러리스트 사상을 가지고 있으며, 테러를 지원하고 자금을 댔다고 주장하면서 그를 구금하고 기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리야드 주재 미국 대사관은 알마디가 체포된지 6개월이 지나도록 그를 방문하지도 않는 등 사실상 이 문제를 방치 했다고 WP는 전했다. 지난 3일 알마디에 대한 공판에도 리야드 주재 미 대사관은 얼굴조차 내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알마디의 아들은 아버지 체포 후 조용히 미국 정부에 석방을 촉구해왔지만, 미국 정부의 무성의함 속에 아버지에 대한 중형 선고가 내려지자 이 사건을 언론에 제보했다. 그에 따르면 알마디는 감옥에서 고문을 당하고 불결한 생활을 강요당했으며, 테러리스트들과 함께 수감생활을 했다.
WP는 “ 바이든 행정부는 러시아 , 베네수엘라 , 이란에서 구금된 미국인의 석방을 확보하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지만, 사우디아라비아에 억류된 미국 시민의 석방을 확보하는 데 투명하지 않고 성공적이지도 못했다”면서 “미국의 동맹인 사우디가 미국인들을 더 가혹하게 다루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바이든 정부의 한 당국자는 “사우디 고위급에게 알마디 문제를 제기했다”면서 “알마디를 ‘부당한 구금자’로 지정할 지 여부를 결정할 국무부의 절차가 아직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부당한 구금자’로 지정되면 미국 정부가 석방을 위한 더 다양한 노력을 기울일 수 있게 된다고 WP는 전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