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이번 주 EU 정상회의를 앞두고 천연가스 선물시장에 한시적으로 가격 상한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공식 제안했다. 겨울철을 앞두고 에너지를 비교적 낮은 가격에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한 조치다.
18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EU 집행위는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한 추가적인 에너지 가격 안정 대책을 회원국에 제안했다. 우선 유럽 천연가스 가격의 벤치마크 역할을 하는 네덜란드 TTF 천연가스 선물 시장에 가스 가격 상하하선을 두는 것이 핵심이다. EU 집행위 차원에서 가격 상한제를 공식 제안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이 조치는 '극심한 가격변동성' 등 특정 조건에서만 발동되도록 하자고 EU 집행위는 조건을 달았다. 세부적으로 EU 국가간 가스 공급 흐름이 방해받지 않고 가격 상한제에 따른 가스 소비량이 늘지 않으며 천연가스 시장 등이 효과적으로 움직이는 등의 여러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프랑스, 이탈리아 등 EU 27개 회원국 중 15개국이 요구해온 도매 시장에 대한 일괄적 가격 상한제와 차이가 있는 것이다. 독일을 비롯한 일부 회원국들은 고정된 가격으로 상한제를 일괄 적용하면 가스 공급국들이 낮은 가격으로 유럽에 수출하는 것을 꺼리고 다른 나라로 공급을 늘려 결국 유럽의 가스 공급이 불안정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가스 가격 상한제가 시행되면 저렴한 가스를 확보해놓기 위한 ‘가수요’가 몰릴 수 있다는 점도 반대의 이유로 내세웠다.
이날 EU 집행위는 내년 4월께부터 공동구매를 본격화한다는 구상도 공식화했다. 올겨울이 지난 뒤 가스 저장소를 다시 채우기 위해 각국이 경쟁적으로 가스 구매에 나설 경우 또다시 가격 급등을 유발할 수 있는 점을 막기 위한 대책이다.
이 밖에 EU 집행위는 저소득 지역 개발 등을 위한 결속기금 예산 중 400억 유로(약 56조 원)가량을 전용해 에너지 위기에 취약한 가정과 중소기업에 지원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EU 정상들은 오는 20∼21일 열리는 회의에서 EU 집행위가 제시한 대책을 구체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다.
다만 변동가격 상한제를 도입하더라도 가격 상한의 범위를 설정해야 하는 문제가 남아 있는 데다 회원국들 가운데 얼마나 EU 집행위의 절충안에 동의할지는 미지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유럽의 천연가스 가격은 일단 하락세를 이어가는 분위기다. 이날 유럽 에너지 가격 기준이 되는 네덜란드 에너지 시장에서 11월 인도분 네덜란드 TTF 가스선물 가격은 전일보다 약 12% 하락한 메가와트시(MWh)당 113.2유로로 마감했다. 이는 6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