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 경력을 내세워 방송에 출연하는 이들에 대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제재가 유명무실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소속 김영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9일 방심위를 통해 '허위 경력 관련 방송심의 사례'를 조사한 결과 제재 처분의 강도가 지나치게 약하다고 비판했다.
지난 2020년 1월 MBC 부동산 예능 프로그램 '구해줘! 홈즈'에서는 출연자들이 강서구 화곡동 매물을 소개하는 과정에서 부동산 중개 보조원을 자막을 통해 '공인중개사'라고 고지했다.
이는 명백하게 공인중개사법 위반이지만, 방심위는 기존 유사 심의 사례와 형평성을 고려해 '의견제시'로 의결했다.
의견제시와 권고 처분은 방송사의 규정 위반 정도가 경미한 경우 내려지는 행정제재로 방송사에 법적 불이익이 주어지지 않는다. 반면 규정 위반 정도가 중하다고 판단되면 법정제재가 내려지는데, 이는 방송사 재허가나 재승인 심사 시 감점 요인이 된다. 과징금은 최고 수준의 징계로, 지상파 방송의 기준금액은 3000만 원이다.
'구해줘! 홈즈'보다 심한 사례도 있다.
SBS '집사부 일체', MBC '라디오스타' 등 지상파 3사의 간판 예능에 여러 차례 출연, 자신을 공인중개사 10기라고 소개하며 '부동산의 신(神)','부동산계 BTS'라는 별칭을 얻은 박모 씨도 공인중개사가 아닌 중개보조원으로 밝혀져 검찰에 송치됐다.
그러나 방심위는 해당 출연자 방송 건을 심의하지 않았다. 신고가 접수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박씨가 출연한 방송 영상은 방송사가 운영하는 유튜브 등 동영상 플랫폼에서 여전히 시청할 수 있다.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테슬라 초기 주주로 출연한 부부도 테슬라 주식 보유가 허위라는 것이 드러나 시청자들이 방심위에 민원을 제기했지만, 조치는 없었다.
당시 방심위는 "해당 발언의 명백한 진위를 확인하기 어려운 점, 흥미 위주의 예능프로 그램의 출연자 검증 과정을 정보 전달 성격이 강한 시사 보도 프로그램 수준으로 요구하기 어렵다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관련 심의 규정을 적용하여 제재하기에는 무리"라는 답변을 내놓은 것으로 파악됐다.
과거 각종 예능에서 '청담동 주식 부자'로 유명해졌다가 불법 주식거래 및 투자 유치로 많은 피해자를 양산한 이모 씨 사건 때도 그의 예능 출연에 대해서는 방심위 심의가 없었다.
이밖에 생활 정보 프로그램에서 전문의가 아닌데 전문의로 자막에 표기한 경우, 안마사 자격이 없는 인물이 출연해 마사지를 시술하는 장면을 방송해 의료법을 위반한 경우 등도 부지기수였다.
김 의원은 방송 프로그램에서 전문성을 내세운 일반인 출연이 많아지고 있어 제재 처분을 강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 의원은 "공신력 있는 방송 출연 경력을 내세워 유명해진 후 사기를 치거나 투자 유인하는 사례가 있어 허위경력 검증이 부실한 방송사에 대한 방심위 처분 시 감점 점수와 과징금 액수 상향 등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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