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 파업으로 치달은 조선업의 이중구조 해소를 위해 원청업체와 하청업체의 상생협의체를 만든다. 이 협의체가 안착되면 원청의 초과이익이 하청으로 넘어가면서 원·하청 임금격차가 해소될 수 있다. 최근 주요 파업의 원인인 원·하청 갈등도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다.
정부는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비상경제장관회의를 열고 이같은 내용의 조선산업 격차해소 및 구조개선 대책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은 여러 업종 중 조선업에서 가장 심한 이중구조 해소가 목표다. 조선업은 하청 근로자 비중이 높지만 이들의 임금은 원청 근로자의 50~70% 수준에 머문다. 이들은 위험한 현장에서 일하고 하청업체 도산으로 임금체불 피해를 겪고 있다. 하청 근로자 부족은 재하도급 형태인 '물량팀'을 늘렸고 원·하청 거래질서를 해치는 결과를 낳았다. 올해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 파업도 이 문제가 해결되지 못해 일어났다.
이번 대책은 이중구조 문제를 원·하청 연대로 스스로 푼다는 데 방점이 찍혔다. 그동안 이중구조 문제를 원청 책임으로 돌리고 규제를 내놓던 정책에서 탈피한다. 정부는 올해 하반기 조선업 상생협의체를 구성한다. 이 협의체에는 정부와 원청, 하청업체, 근로자 대표, 전문가가 참여한다. 그동안 원하청 문제는 둘의 힘의 불균형 탓에 논의테이블을 마련하지 않고 해결이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었다. 협의체는 원·하청의 제반 문제를 다룬다. 우선 원청이 하청에 적정한 기성금(도급비)를 지급하도록 협약을 맺는다. 물량팀을 자제하는 안도 협약에 담길 수 있다. 대우조선해양 하청 파업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들이었다. 정부는 협의체가 제대로 작동하도록 후속 지원에 나선다. 협의체 참여 기업엔 장려금과 수당을 지원한다. 또 금융 우대지원과 상생지원 사업을 신설할 방침이다.
정부는 조선업 이중구조의 또 다른 원인을 인력난으로 판단하고 인력유입 대책도 꺼냈다. 1년 만기 공제금 600만원을 지급하는 희망공제 연령제한이 폐지되고 시행지역도 넓어진다. 채용예정자 훈련을 받고 사내협력사에 취업하면 취업정착금 100만원을 지원하는 제도도 신설된다. 원·하청이 복지기금을 조성하고 숙련공을 늘릴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 지원도 정부가 맡는다. 다만 이 대책은 장기적인 인력 유입책으로 볼 수 있다. 정부는 조선업의 급박한 인력난 해소를 위해 특별연장근로 확대, 외국인 인력 유입 확대를 병행한다.
정부는 조선업 내 공정 거래를 만드는 일도 이중구조 해소 대책으로 담았다. 체불 다발 조선업체는 임금체불 감독 대상에 오른다. 또 내년 상반기 하도급 대금 결제조건 공시를 의무화하고 표준하도급 계약서를 개정한다. 하도급 실태조사도 신설해 조선업의 재하도급 개선방안을 중장기적으로 만든다.
정부는 이번 대책의 성패는 민간 참여에 달렸다고 판단한다. 정부는 협의체 참여자를 지속적으로 늘릴 계획이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조선업 이중구조 문제는 단기대책과 대증요법으로 해결이 불가능하다"며 "원·하청 노사와 정부 등 모든 주체가 노력해야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번 대책이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도록 매년 보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