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차를 지키지 않은 경찰의 심야조사는 피의자의 수면권과 휴식권을 침해한 행위라는 국가인권위원회 판단이 나왔다. 인권위는 경찰이 피의자를 체포해 심야 시간에 조사하는 경우 절차를 준수하고 심야조사에 관한 직무교육을 실시하라고 권고했다.
인권위는 A 경찰서장에게 형사과 소속 경찰관들을 대상으로 이같은 조치를 취할 것을 권고했다고 19일 밝혔다.
진정인은 현행범으로 체포된 후 자정이 넘은 시간에 담당 경찰관으로부터 부당하게 조사를 받아 수면권과 휴식권을 침해당했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A 경찰서 형사과 소속 경찰관인 피진정인은 자정이 넘어 진정인의 신병을 인도받은 후 진정인의 동의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주장했다. 진정인의 배우자가 경찰서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탓에 조사를 신속히 진행할 필요가 있었으며, 진정인의 주거지가 관할 구역이 아닌 원거리의 타 지역이었기 때문에 추후 출석 일정을 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부득이하게 심야조사를 진행했다고 답했다. 아울러 진정인이 혐의 사실에 대해 억울하다는 입장이어서 당장 조사할 필요가 있었고, 조사 과정에서 진정인이 질문에 자유롭게 답했으며 조사를 거부하는 행동도 없었다고 덧붙였다.
인권위는 진정인이 주거침입 등 현행범으로 체포됐는데, 이 경우는 ‘검사와 사법경찰관의 상호협력과 일반적 수사준칙에 관한 규정’ 등 수사준칙에 해당하는 예외적인 심야조사 허용기준인 ‘구속영장 청구의 긴급성이나 공소시효가 임박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심야조사 당시 정황 상 피조사자의 이익을 고려해 빨리 석방하려는 동기가 있었다고 할지라도, 그에 대한 피조사자의 요청이나 인권보호 책임자의 허가 등이 확인되지 않아 정당한 심야조사라고 볼 수 없다고 보았다.
이에 인권위는 피진정인의 행위가 관련 절차를 지키지 않은 위법·부당한 심야조사라고 판단했다. 아울러 헌법 제10조에 명시된 행복추구권에 해당하는 진정인의 수면권과 휴식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해당 경찰서장에게 향후 유사한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피진정인을 포함한 형사과 소속 직원들을 대상으로 심야조사 절차에 관한 직무교육을 실시하라고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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