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11-9-10’
‘세계 100대 코스’ 핀크스GC(파72)를 정복하려면 꼭 알아야 하는 비밀번호다. 골프 팬들도 이 숫자를 알고 보면 몇 배는 더 재밌게 ‘별들의 골프 축제’를 즐길 수 있다. 대표적인 승부처의 홀 번호이기 때문이다.
27~30일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SK네트웍스·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총상금 8억 원)이 펼쳐지는 제주 서귀포의 핀크스는 미국 골프다이제스트가 선정하는 세계 100대 골프 코스에 한국 골프장으로는 최초로 이름을 올린 명문 코스다. 이 매체는 2005년 미국을 제외한 세계 184개국의 1만 6457개 골프장 중 핀크스GC를 72위에 올려놓았다. 이후로도 핀크스는 그린에 쓰이는 잔디인 최고급 벤트 그래스로 페어웨이를 덮고 평소에도 3m가 넘는 그린 스피드를 유지하는 등 업그레이드를 멈추지 않고 있다.
산방산·송악산 조망에 멀리 마라도까지 보이는 핀크스는 제주가 선사하는 아름다움의 극치를 경험하게 한다. 그 안에 치밀한 전략과 평정심·모험·위기관리를 요구하는 홀들이 안성맞춤으로 자리 잡고 있다. 15회째를 맞는 서울경제 클래식은 올해로 6년째 핀크스에서 열전을 이어간다.
가장 난도 높은 홀은 18번(파4). 지난해 대회 나흘간 평균 4.28타가 나왔다. 파만 해도 ‘생큐’인 난도다. 3라운드에는 4.48타까지 찍혔다. 1·2라운드는 388야드, 3·4라운드에는 409야드로 세팅되는 곳으로 핀크스를 유작으로 남긴 세계적 코스 디자이너 고(故) 시어도어 로빈슨이 가장 사랑했던 홀이다. 앞쪽과 왼쪽은 개울이, 오른쪽은 벙커가 그린을 철통 방어한다. 짧으면 개울에 빠지기 십상이고 길면 급경사의 내리막 퍼트를 남길 가능성이 커 공략 지점 선택과 그에 따른 샷 모두에 한 치의 실수도 없어야 한다. 지난해 나흘 동안 더블보기 이상이 22개로 버디 수(29개)에 육박했다.
378야드인 11번(파4)은 두 번째로 어려운 홀이다. 그린까지 쭉 오르막이라 더 길게 느껴지고 티샷이 떨어지는 지점의 좌우가 모두 벙커라 지뢰밭 같다. 2단 포대 그린에 그린 뒤도 벙커다. 티샷부터 퍼트까지 한순간도 긴장을 늦출 수가 없다. 11번과 18번 홀이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이라면 9번(파5·524야드)과 10번 홀(파5·543야드)은 ‘첫째도 공격, 둘째도 공격’이다. 이 두 홀에서 최대한 타수를 줄여 놓아야 마의 11번 홀로 들어서는 발걸음이 무겁지 않을 것이다.
9번은 약간 오른쪽으로 돌아가는 형태의 홀로 티샷만 잘 보내 놓으면 충분히 버디 기회를 만들 수 있다. 가파른 내리막의 10번은 왼쪽으로 굽이진 도그레그 홀. 두 번째 샷을 한가운데보다 살짝 왼쪽으로 보내 어프로치 샷이 쉬운 지점에 갖다 놓는 게 관건이다.
코스 총길이는 6727야드(3·4라운드는 6748야드)로 한국여자오픈 코스(6699야드)보다도 길다. 장타자가 유리하지만 꼭 그런 것도 아니다. 2020년에 멀리 치는 장하나가 우승했지만 2018년에는 박결이 정확도와 전략으로 짧은 드라이버 샷 거리를 극복하고 트로피를 들었다.
변수는 역시 바람이다. 바람이 잔잔했던 지난해는 두 자릿수 언더파가 3명, 우승 스코어는 14언더파까지 나왔지만 바람이 강했던 2020년에 우승 스코어는 7언더파였다. 2020년 당시 바람이 없었던 첫날에 29명이 언더파를 적었으나 바람이 세진 2라운드에는 언더파가 9명으로 확 줄었다. 그린은 올해도 ‘유리판’이다. 그린 스피드 3.4~3.5m를 유지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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