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은평구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김 모(49) 씨는 최근 문자 한 통을 받고 마음이 답답해졌다. 코로나19가 심했을 때 빌렸던 대출의 금리가 10월부터 5.7% 수준으로 상승한다는 소식이었다. 불경기가 계속되는 상황에 갚아야 할 이자마저 불어나자 김 씨는 앞길이 막막해졌다. 김 씨는 “소상공인들을 지원한다고 해서 편하게 받았던 대출인데 배신감이 든다”며 “이럴 줄 알았다면 대출을 받지 않았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최근 한국은행이 두 번째 빅스텝을 단행한 가운데 소상공인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저금리로 출시됐던 대출상품들의 금리도 함께 치솟으며 자영업자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불경기가 지속되는 데 더해 고금리 상황이 이어지자 폐업을 결심하는 소상공인들도 많다.
서울 은평구에서 중국식 주점을 운영하고 있는 박 모(44) 씨는 “4~5년 전 가게 운영이 원만하다고 느껴 세웠던 여행계획이 꿈만 같이 느껴진다”며 “계속 찾아오는 단골손님들 덕에 근근이 버티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성 모(38) 씨도 “코로나 자영업자 지원책으로 받았던 1%대 저금리 대출이 최근 4.1%까지 올랐다”며 “이렇게 금리 마구 올리면 자영업자들은 어떻게 살라는 건 지 모르겠다. 정부는 방관만 하고 있나”라고 따졌다.
실제 소상공인진흥공단과 은행 등에 따르면 소상공인의 성장과 경영안정을 위한 정책자금 중 하나인 일반경영안정자금의 금리는 2020년 4분기 1.97%에서 2021년 4분기 2.53%, 2022년 4분기 4.13%로 상승했다. 일반경영안정자금은 소상공인진흥공단이 지원하고 있는 정책자금 중 하나로, 가장 많은 소상공인이 이용하고 있다. 업력 1년 이상의 소상공인이 대상이다.
코로나19를 거치며 소상공인들의 빚이 크게 불어난 만큼 금리상승으로 인한 소상공인의 부담은 클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월 22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2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자영업자 대출잔액은 960조 7000억 원에 이른다. 코로나19가 한국에 상륙하기 이전인 2019년 말에 비해 40.3% 늘어난 수치로, 전 분기와 비교해도 60조 원 가량 증가했다. 특히 대출규모 가운데 3개 이상의 은행에서 대출받은 저소득?저신용 자영업자의 대출 규모는 88조 8000억 원으로 2019년 말에 비해 30.6%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폐업을 결심하는 소상공인들도 많다. 과거 코로나19가 심화될 당시부터 매출감소를 겪었던 소상공인들이 더 이상 버티지 못하는 모양새다. 서울 영등포구에 거주 중인 최 모(31) 씨는 “코로나19 시기에 창업한 탓인지 매출이 처음부터 지금까지 상승할 기미가 없다”며 “상황이 점점 악화돼 폐업을 할까 진지하게 고민 중이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금리인상이 장기화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금리를 제외한 영역에서 자영업자들의 비용부담을 줄여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미국이 금리를 계속 올리고 있어 한국의 금리인상도 피할 수 없다”며 “기존에 대출을 받은 소상공인의 상황이 나빠지는 것이 불가피하니 노동이나 세금 등 다른 비용부담을 줄여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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