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독 모기에 자주 물리는 ‘모기 자석형 인간’이 있을까?
피부의 특정 화학물질이 모기를 끌어들인다는 실험 결과가 나왔다.
최근 워싱턴포스트(WP) 보도에 따르면 미국 록펠러대학 신경과학 연구진은 3년간 진행된 실험을 통해 사람 피부에 존재하는 ‘카복실산(Carboxylic acid)’이 모기에 잘 물리도록 만든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록펠러대학 신경생리학자 레슬리 보스홀 박사가 이끄는 연구진은 이집트숲모기를 대상으로 사람에 따른 모기의 선호도를 실험했다. 이집트숲모기는 뎅기열과 지카 바이러스 등을 퍼뜨리는 매개체다.
연구진은 지원자 64명의 팔에 나일론 스타킹을 둘러 체취가 스며들게 한 뒤 스타킹을 5㎝ 크기로 잘랐다. 이후 수십 마리의 모기가 날아다니는 투명한 플라스틱 상자 안에 각자 다른 사람이 둘렀던 스타킹 2개를 설치했다. 스타킹들은 분리된 장소에 놓아 모기들의 선택이 뒤섞이지 않도록 했다.
지원자 간 대결이 반복된 끝에 ‘33번 지원자’의 스타킹이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다. 보스홀 박사는 “아무도 33번 지원자를 이기지 못했다”고 전했다.
분석 결과 피부에 카복실산을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일수록 모기에 물릴 확률이 높았다.
카복실산은 피부에 살고 있는 유익 미생물이 피지를 먹고 생산하는 화학물질로, 카복실산이 많을수록 치즈나 발냄새 같은 향을 풍긴다. 스타킹에서는 냄새가 나지 않았지만, 모기는 인간이 느낄 수 없는 적은 체취에도 민감하게 반응했다.
향수나 샴푸를 이용해서 모기를 속일 수 없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모기들은 지원자들이 먹은 음식과 사용한 샴푸와는 관계없이 카복실산이 많은 쪽을 골랐다. 보스홀 박사는 “지금 모기에 많이 물린다면 3년 후에도 많이 물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연구는 특정 사람들의 피부에 카복실산이 더 많은 이유는 밝히지 못했다. 이에 대해 보스홀 박사는 “피부 미생물의 구성은 사람마다 다르다”며 “미생물의 차이에 따라 모기들이 이끌리는 정도가 다른 것일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연구진은 피부의 미생물을 이용해 화학물질을 조절, 모기에 덜 물리게 하는 화장품 등을 개발하는 것이 향후 연구 과제가 될 것이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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