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금리 인상으로 주택 매수심리가 위축되며 집값이 연일 하락하는 가운데 이로 인한 ‘깡통전세’ 위험도 갈수록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일부 지역 아파트의 전세가율이 70%를 웃도는 가운데 연립·다세대 전세가율은 90%를 넘기는 지역까지 늘면서 전세 보증금을 둘러싼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23일 한국부동산원이 부동산테크를 통해 공개한 '임대차시장 사이렌' 정보에 따르면 9월 기준 전국 아파트 전세가율은 75.2%로 전월(74.7%)보다 0.5%포인트 높아졌다. 같은 기간 서울의 전세가율은 62.0%에서 63.2%로 1.2%포인트 올랐으며, 수도권(69.4%→70.4%)과 지방(78.4%→78.5%)도 올랐다. 이번 집계는 해당 월을 기준으로 최근 3개월간의 실거래 자료를 바탕으로 이뤄졌다.
전세가율은 매매가 대비 전세가의 비율을 칭하는 것으로, 이 비율이 100에 가까워진다는 것은 전세가가 매매가에 육박한다는 것을 뜻한다. 전세가율이 높아지는 것은 주택 매매가가 전세가보다 더욱 가파르게 하락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 임차인이 임대인으로부터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깡통 전세'로 전락할 가능성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이런 가운데 전세 매물은 쌓이는 반면 수요는 줄어드는 등 수급 불균형도 심화하고 있어 전세가 하락 및 전세가율 상승세는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전국에서 아파트 전세가율이 가장 높은 곳은 경남 함안군으로 무려 95.8%에 달했다. 경북 포항북구(91.7%)와 경북 구미시(90.8%), 전북 익산시(90.6%)와 경북 포항남구(90.6%), 광양시(90.2%)도 90%를 넘기며 깡통전세 위험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에서는 중구(78.6%)와 금천구(76.6%), 관악구(73.3%), 종로구(73.2%), 강서구(73.2%), 구로구(71.7%) 순으로 전세가율이 높았다. 수도권의 경우 경기도에서는 이천시(87.5%)와 여주시(85.4%)가, 인천에서는 미추홀구(82.7%)의 전세가율이 80%를 웃돌았다.
연립·다세대의 상황은 아파트보다 더욱 심각하다. 9월 기준 전국 연립·다세대 전세가율은 83.4%로 전월(83.1%)보다 0.3%포인트 높았다. 같은 기간 서울(81.2%→82.0%)과 수도권(83.7%→83.8%), 지방(78.4%→80.5%)의 전세가율도 모두 올랐다. 특히 지방에서는 전세가격이 매매가를 뛰어넘은 곳들도 나타났다. 9월 기준 부산 연제구의 연립·다세대 전세가율은 127.4%를 기록했으며 경북 구미시(102.6%)와 경기 이천시(102.1%), 경기 화성시(102%), 경북 포항북구(101.8%), 경기 안산 상록구(100.7%) 등도 전세가율이 100%를 넘겼다. 같은 기간 서울에서도 관악구(91.9%)와 강북구(91.2%)의 연립·다세대 전세가율이 90%를 넘어 위험 수위까지 올랐다.
권일 부동산인포 팀장은 “아파트의 경우 시세가 나오기 때문에 깡통전세의 위험성이 상대적으로 적다"면서도 “빌라(연립·다세대)의 경우 사실상 시세가 없는 데다 담보를 과하게 끌어 대출을 받는 경우도 많아 환금성이 떨어지다보니 깡통전세의 리스크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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