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외교차관협의회 참석차 방일한 조현동 외교부 제1차관이 25일 모리 다케오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과 회담하고 강제징용 문제와 관련해 심도있는 협의를 진행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양 차관은 이날 오후 도쿄에서 5시 40분부터 90여분간 한일 외교차관 회담을 진행하고 강제징용 문제를 포함한 한일 양국 주요 현안 및 상호 관심사에 대해 심도 있는 의견을 교환했다.
양 차관은 우선 지난달 유엔총회 계기 한일 정상회담 개최 등 양국 관계의 긍정적 흐름이 지속되고 있음을 평가했다. 또 현안 해결 및 관계 개선을 위해 외교당국 간 다양한 레벨에서 긴장감과 속도감을 갖고 긴밀한 협의를 계속해 나가기로 했다.
이날 회담에 배석한 외교부 당국자는 “불과 한달 남짓한 기간 정상회담부터 외교장관회담, 차관회담, 국장회담 등 (외교) 라인에서 거의 다 소통했다. 빈도가 매우 높아 좋은 흐름이 유지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 당국자는 강제징용 문제와 관련해서는 “굉장히 심도있게 의견이 교환됐다고 말씀드릴 수 있다”며 민관협의회에서 논의한 내용을 일본 측에 상세히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회담에서는 △ 피고기업의 판결이행 △제3자에 의한 대위변제 또는 채무 인수 △피고기업 자산 매각(현금화) 등 다양한 방안이 가진 법적 측면에 대해 논의했다고 한다. 양국은 강제징용 피해 배상 문제를 한국 사법시스템 내에서 해결해야 한다는 점에 공감대를 이룬 것으로도 알려졌다.
앞서 일본 교도통신이 보도한 한국 측 재단의 배상금 대납 방안에 대해 이 당국자는 “민관협의회에서 나왔던 카테고리 중 하나가 누가 이것(판결)을 이행하고 어떤 돈을 사용하느냐 하는 부분”이라며 “어느 하나의 (방안을) 놓고 거론한다기보다 이런 방안들을 일본 측에 충실히 전달하고 의견 교환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전체적으로 일본의 성의 있는 호응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며 “조기에 가시적인 얘기가 들릴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 당국자는 “일본의 호응을 촉구하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먼저 하는 식은 아니다. 다 같은 바스켓(바구니) 안에서 논의해야 한다”며 △일본 측의 선(先)사죄·후(後)배상 △한국 기업부터 기금을 내는 방안 등에 선을 그었다. ‘연내 해법이 나올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시한을 두고 하기보다는 긴장감, 속도감을 갖고 가급적 빨리 해결해야 한다”며 “노력 중”이라고 답했다.
아울러 11월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등 다자정상회의 계기 개최 가능성이 언급되는 한일 정상회담과 관련해서는 “오늘 회의에서 어떻게 하자는 얘기는 하지 않았다”며 “앞으로 남은 국제 회의 스케줄을 체크 중”이라고 전했다.
이 밖에 조 차관은 모리 차관에게 상호 비자 면제 재개 등 인적교류 복원을 위한 제도적 기반이 조속히 복원된 점을 평가하고 양국 관계 토대인 인적교류가 더욱 활성화될 수 있도록 항공편 증대 등을 위해 함께 노력해 나가자고 했다.
한편 양 차관은 최근 고조되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해서도 심각한 우려를 공유하고 북한 문제 및 다양한 지역·글로벌 현안 대응에서 한일 및 한미일 공조를 지속해 강화해나갈 필요성에 대해 의견을 같이했다. 조 차관은 이날 윤석열 대통령이 국회 시정연설에서 북한의 최근 위협적 도발에 대해 “한미 연합방위태세와 한미일 안보협력을 통해 압도적인 역량으로 대북 억제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힌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에 모리 차관은 공감과 지지를 표명했다고 외교부는 전했다.
조 차관은 이날 오후 일본 외무성에서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장관과 함께 하야시 일본 외무대신을 합동 예방, 한미일 공조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한편 지역 및 글로벌 협력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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