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릴러. 사람들로 하여금 긴장감을 일으키는 장르. 영화 ‘자백’이 스릴러의 의미를 그대로 구현해냈다. 고도의 심리전은 한시도 눈을 뗄 수 없게 하고, 이야기의 퍼즐이 맞춰질수록 쫄깃함은 더해진다.
‘자백’(감독 윤종석)은 내연녀 김세희(나나) 살인 사건 용의자가 된 유민호(소지섭)가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승률 100%의 변호사 양신애(김윤진)를 찾는 이야기다. 유민호와 양신애는 치열한 대화 속에서 진술에서 발견되는 허점을 메워가고, 사건을 재조합하며 날카로운 긴장감을 조성한다.
작품은 대표적인 리메이크의 좋은 예다. 스페인 영화 ‘인비저블 게스트’가 원작으로, 탄탄한 스토리와 반전이 호평을 받으며 이탈리아, 인도 등에서도 리메이크됐다. 윤종석 감독은 각색 과정에서 결정적인 변화를 줬다. 반전이 중요한 영화인 만큼 원작을 그대로 따라가면 재미가 반감될 수 있기 때문에, 반전이 드러나는 시기에 차이를 준 것. 큰 틀을 벗어나지 않되 사건의 진실을 중반부에 공개하며 이후 분량에 궁금증을 높였다. 여기에 한국적 정서를 더해 ‘자백’만의 매력을 만들었다.
‘자백’이 흥미로운 건 두 주인공이 한정된 장소에서 대화만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간다는 점이다. 자칫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는 부분이지만, 속내를 알 수 없는 유민호와 양신애의 심리전은 긴장감을 놓칠 수 없게 한다. 이야기의 톤이 바뀔 때마다 함께 변하는 이들의 표정과 분위기는 관객들을 숨 막히게 한다.
유민호의 진술과 양신애의 가정에 따라 달라지는 과거 회상신 역시 신선하게 느껴진다. 같은 상황이지만 상반된 감정의 주인공들을 보는 재미가 있다.
이 모든 것은 윤 감독의 치밀한 연출의 결과다. 복잡한 스토리지만 촘촘하게 엮여 있어 관객들의 머릿속에 그림을 그릴 수 있게 한다. 구태여 설명하지 않고 전개를 휘몰아치는 것도 몰입도를 높이는 포인트다. 적절한 타이밍에 등장하는 반전은 화룡점정이다.
극에 대해 완벽히 이해하고 연기하는 배우들의 호흡은 차지다. 소지섭과 김윤진은 어떤 영화보다도 사전 대본 리딩과 리허설을 많이 거쳤다고. 덕분에 실제 촬영에서는 별다르게 맞춰보지 않아도 될 정도였고, 스크린 위 두 사람의 연기는 완성도가 높다.
특히 소지섭은 데뷔 28년 차에 재발견됐다. 스릴러 첫 도전인 그는 진폭이 크게 없는 스타일임에도 농축된 연기로 색다른 얼굴을 보여줬다. 눈빛만으로 분위기를 반전시키고, 웃음인지 울음인지 알 수 없는 기괴한 표정으로 섬뜩하게 했다.
나나는 가장 큰 수확이다. 그는 베테랑 선배들 사이에서 균형을 잃지 않고 제 역할을 다 해냈다. 1인 2역 같은 정반대의 연기를 안정적으로 펼쳤다. 작품의 다양한 온도를 표현하는데 적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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