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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기술 美·中에 빼돌린 삼성 연구원 덜미…檢 “기술유출 엄단"

경쟁업체 이직·개인 사업 등 활용

재택근무·내부 직원 등으로 유출

2017년 이후 5년간 유출 112건

檢, 전담부서 설치·전문인력 투입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연합뉴스




국가 핵심 기술인 반도체 기술 자료를 빼돌린 삼성 전·현직 연구원 등이 무더기로 재판에 넘겨졌다. 반도체 영업비밀을 반출해 경쟁사인 미국·중국 업체로 이직하는 데 사용하거나 개인 회사를 설립해 활용하려고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경제안보와 직결된 산업기술 유출 범죄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적발 시 강력한 형사처벌로 엄단할 방침이다.

27일 서울중앙지검 정보기술범죄수사부(이성범 부장검사)는 삼성전자·삼성엔지니어링과 관련된 반도체 기술 국외 유출 사건 2건을 수사한 결과 전·현직 연구원과 협력 업체 임직원 등 7명을 구속 기소, 3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 연구원 A 씨는 미국 반도체 회사 인텔의 제품개발키트(PDK) 분야 이직에 활용할 목적으로 전자회로 시뮬레이션(SPICE) 모델링 자료 등 총 33개 파일을 촬영해 유출한 혐의(산업기술보호법위반, 부정경쟁방지법상 영업비밀 국외 누설)로 구속 기소됐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재택근무 중이던 A 씨는 올해 1월 자신의 집에서 자료를 열람한 뒤 촬영하는 수법으로 파운드리 분야 국가핵심기술 등을 빼돌렸다. 그는 촬영한 사진을 삼성전자 경쟁 업체인 인텔로 이직하는 이력서 작성에 활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삼성엔지니어링의 전 연구원 B 씨는 2018년 8~10월 퇴사 전 빼낸 기술 자료를 새로 입사한 중국 반도체 컨설팅 업체에서 활용한 혐의로 구속 기소 됐다. 이듬해 삼성엔지니어링 연구원 C 씨는 B 씨에게 반도체 초순수(Ultrapure Water) 시스템 운전 매뉴얼, 설계 도면 등을 건네고 자신도 중국 업체로 넘어갔다. 초순수 시스템은 물속 이온, 유기물, 미생물 등 각종 불순물을 10조분의 1단위 이하까지 제거한 순수를 반도체 공정에 필요한 세정 작업에 활용하는 고난도 수처리 기술이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일본에 전적으로 의존해온 기술을





2006년부터 매년 300억 원 이상의 연구개발비를 들여 국산화에 성공했다.

B 씨는 빼돌린 자료를 이용해 초순수 시스템을 발주하고 입찰 참여 업체에는 삼성엔지니어링 사양에 부합하는 설계 제안서와 기술 설명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초순수 시스템 시공 하청 업체 D사 임원들은 입찰에 참여하거나 퇴사 후 개인 사업에 활용할 목적으로 친분이 있는 삼성엔지니어링 전·현직 연구원들을 통해 추가로 기술을 빼내 이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B 씨를 포함해 기술을 빼내 이용하는 데 관여한 8명과 D사를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또 중국 업체가 다른 국내 반도체 회사의 기술 유출 사건에 관여된 정황을 포착하고 관련된 연구원 영입 및 공사 발주 과정 등을 추가 수사할 방침이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산업기술 해외 유출 적발 건수는 2017년부터 올해 9월까지 총 112건에 이른다. 기업 규모별로는 중소기업이 68건으로 대기업(35건)보다 많고 분야별로는 디스플레이(26건)와 반도체(24건)가 가장 많았다. 대검은 국가 안보와 경쟁력, 기업 생존을 위협하는 기술 유출 범죄를 엄단하기 위해 수사 지휘를 종전의 반부패강력부에서 과학수사부(사이버수사과)로 이관했다. 아울러 올해 9월 과학수사부에 ‘기술유출범죄 수사지원센터’를 설치했다. 검찰 관계자는 “첨단 기술은 한번 유출되면 피해를 가늠하기 어렵고 사실상 회복이 불가능하다”며 “유관 기관의 긴밀한 협조로 국가핵심기술 등 산업기술의 국외 유출을 신속히 인지하고 엄정하게 형사처벌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진석 기자 lj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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