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베를린에 살면서 동시대에 나온 음악의 중요성을 많이 느꼈어요. 유럽에는 현대음악 축제도 자주 열리고 오케스트라 레퍼토리에도 20·21세기 곡들이 많아요. 저도 어느 순간부터 현대음악을 들으며 눈물이 나기 시작했어요. 21세기를 사는 음악가가 21세기의 음악에 관심이 없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인모니니’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사진)가 다음 달 10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부산시립교향악단 창립 60주년 기념 연주회에 협연자로 나서 5월 핀란드 시벨리우스 바이올린 콩쿠르 우승 이후 오랜만에 국내 팬들과 만난다. 한국의 세계적 작곡가 진은숙의 2001년작 바이올린 협주곡을 연주하는데 생소한 현대음악을 들고 왔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인모니니 는 2015년 파가니니 국제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하면서 얻은 별명이다.
양인모는 연주회에 앞서 최근 롯데콘서트홀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어 “앞으로는 20세기 이후 나온 음악에 매진할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현대음악을 많이 알리고 싶은 음악인으로서 사명도 느껴진다는 그는 “저도 클래식 음악을 하며 자랐지만 우리에게 필요한 음악은 무엇인지, 이 사회에서 어떤 식으로 음악을 들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안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대중에게 이런 시도가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반 발짝 정도만 앞서나가고자 한다. 양인모는 “서울 거리에서 들리는 소리의 흐름이 현대음악과 같다고 생각한다. 모르는 음악이라고 두려워할 것 없이 놀이기구처럼 와 닿는 대로 즐겨주셨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이 공연에 앞서 다음 달 7일에는 청와대 영빈관에서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와도 협연한다. 양인모는 “처음 연주하는 곳이라 장소가 궁금하다”며 “TV에서만 보던 곳이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한 점도 좋아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공연이 결정된 후 연주할 곡을 정하는 등 준비를 일사천리로 진행했다며 “이번 한국 일정에 청와대 연주가 포함돼 기쁘다. 좋은 음악, 좋은 사람들과 좋은 시간을 보내고 싶다”고 소감을 전했다.
올해 시벨리우스 콩쿠르 우승은 양인모에게 많은 변화를 안겼다. 그는 “올해만큼 변화가 많았던 시기도 없다”며 “콩쿠르가 끝난 뒤 매일 다양한 경로로 공연 제안이 두세 건은 들어왔다. 우승한 후 같이 작업하고 싶은 사람, 도움을 받고 싶은 사람 등 생각해야 할 것이 너무 많았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음악적으로 듣는 귀가 달라진 덕인지 예전에 듣기 싫었던 음반도 다시 들으면서 어느 순간 좋아졌고 추구하는 연주 스타일도 달라진 듯하다”고 말했다.
그는 콩쿠르 출전에 대해 “인지도를 얻고 세상에 내 연주를 알릴 기회로 봤다”며 “준비 과정에서 한계를 측정할 수 있어 좋았다. 다만 모든 연주자를 위한 관문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콩쿠르에서 우승한 후 실력이 정체되거나 잠깐 반짝이다 사라진 수많은 음악인들을 보면서 양인모는 “음악을 향한 호기심을 잃지 않고 진지하고 솔직하게 대하면서 점진적으로 커리어를 이어가고 싶다”고 덧붙였다.
틈틈이 작곡 공부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양인모는 “작곡하는 친구들과 많은 대화도 나누고 밤에 악보를 써보기도 하는데 한 마디 쓰기가 힘들다”며 “작곡가들이 얼마나 대단한가 느끼고 있다”고 웃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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