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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한국건축문화대상] 민간부문 대상 ‘네이버 1784’

SF 영화 속 미래가 현실로

업무공간 넘은 테스트베드

‘네이버 1784’ 전경. 건물 외벽에 유리 창호를 한 겹 덧댄 이중외벽으로 설계하고 창호 사이에는 바람길을 내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도록 했다. 사진작가=홍성준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에는 세계 최초의 로봇 친화형 빌딩이 있다. 바로 네이버의 제2사옥 ‘네이버 1784’다. 1784라는 독특한 건물명은 생각 외로 단순하게 정해졌다. 건물의 주소인 ‘정자동 178-4번지’에서 시작됐기 때문이다. 마침 1차 산업혁명이 시작된 시기가 1784년이라는 점도 운명처럼 다가왔다. 네이버가 1784를 ‘혁신이 현실화된 공간’으로 표현하는 이유다.

2022 한국건축문화대상 건축물 민간부문 대상을 수상한 1784는 네이버 제1사옥인 그린팩토리와 나란히 지어졌다. 1784는 본 건물인 매스타워와 저층부인 포디움, 그린팩토리와 본 건물 사이에 위치하는 서브타워로 구성된다.

눈에 띄는 점은 매스타워와 서브타워, 포디움 사이의 공간이 비워져 있고 대신 자연채광으로 가득 채운 2개의 아트리움으로 연결했다는 점이다. 이는 다가올 미래의 무한한 가능성을 수용하기 위해 공간을 비워내는 동시에 가능성을 담기에 부족함이 없음을 표현한 것이다. 아트리움은 자연채광과 실내 생육이 가능한 수목으로 채워져 업무 중에도 쉽게 자연을 향유할 수 있다. 자연에 이끌린 사람들이 모여들어 서로를 알게 되고, 그 과정에서 업무를 공유하며 새로운 융합 기술을 모색하는 공간으로 활용하려는 목적이 담겼다.

‘네이버 1784’ 전경. 1784는 왼편에 자리한 네이버의 제1사옥 그린팩토리와의 조화를 고려해 건축됐다. 사진제공=삼우종합건축사사무소


세계 최초의 로봇 친화형 빌딩인 1784는 단순히 네이버의 임직원들이 근무하는 업무 공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간 네이버가 연구하고 축적한 로봇·자율주행·인공지능(AI)·클라우드 등의 모든 선행 기술을 망라하고 융합해 끊임없이 실험하는 ‘테스트베드’이기도 하다. 로봇 친화형 빌딩으로 건축된 만큼, 건물 내부 곳곳에는 로봇에 특화된 인프라들이 자리잡고 있다. 건물 인프라와 연동된 클라우드 기반의 멀티 로봇 인텔리전스 시스템 ‘ARC(AI·ROBOT·CLOUD)’와 세계 최초의 로봇 전용 엘리베이터인 ‘로보포트(ROBOPORT)’ 등이 대표적이다.

먼저 ARC는 1784 내 모든 로봇들의 ‘두뇌’가 되는 클라우드 기반의 멀티 로봇 인텔리전스 시스템이다. 로봇과 공간, 서비스, 사용자를 실시간으로 연결하는 중추이자, 로봇의 두뇌에 해당하는 컴퓨팅 파워를 클라우드가 대신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브레인리스 로봇' 기술을 상용화했다. 이를 통해 1784 내의 수많은 로봇들을 효율적으로 제어하며 데이터와 알고리즘을 수시로 업데이트할 수 있다. 건축가는 “준비된 1784의 공간 인프라 시스템들이 네이버의 로봇과 AI, 클라우드, 5G 기술과 만나 사용자 중심의 공간 플랫폼이 됐다”며 “1784는 SF 소설이나 영화에서 보던 ‘미래‘가 어느 순간 내 손안의 ‘현실’이 되는 일상이 있는 공간 플랫폼”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로봇 서비스를 고층 건물이 밀집한 도시에 도입할 경우 원활한 수직 이동은 필수다. 1784에 도입된 로보포트는 로봇 서비스가 대중화될 미래의 빌딩 인프라를 가장 먼저 구현해냈다는 의미를 지닌다. 로보포트는 지하 2층부터 옥상까지 전층에 걸쳐 운행되는 순환식 구조로, 로봇들의 수직 이동 속도와 효율성을 극대화했다. 이를 바탕으로 1784에서는 건물 공간을 누비며 임직원들에게 배달 등 다양한 편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로봇 ‘루키’도 만나볼 수 있다.

네이버 관계자는 “루키는 택배를 시작으로 도시락과 카페 등 1784 내 다양한 거점에서 여러 서비스 시나리오를 전개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심사위원단도 “1784에서 로봇은 수평수직 이동에 전혀 문제없이 실시간 주어지는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데, 로봇 전용 엘리베이터와 로봇 출입 자동도어, 이를 제어하는 클라우드와 전용5G는 머지않은 미래에 우리 곁에서 동행하게 될 로봇에게 최적화된 공간과 건축, 이를 지원하는 기술의 한 방향을 앞서 알리는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또 “그 누구도 가보지 못했던 로봇과 사람이 공존하는 건축으로 그 기술을 창안하고 실험·개발해 실제 건축에 적용한 1784에서 100여대의 로봇이 네이버 근무자들과 자연스럽게 업무를 수행하는 모습은 이 광경을 지켜보는 심사자에게 이곳이 현실 세계인가 하고 주위를 다시 한번 둘러보게 했다”고 설명했다.

친환경도 1784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먼저 건물 외벽에 유리 창호를 한 겹 덧댄 이중외벽으로 설계하고 창호 사이에는 바람길을 냈다. 이를 통해 유리 창호 사이에 발생하는 열을 자연적으로 식혀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다. 여기에 국내 민간 고층건물 최초로 복사냉방을 도입, 모든 공간 천장에 배관을 넣어 찬물이 흐르도록 설계했다. 바닥에서의 시원한 바람과 천장에서 차가운 공기를 동시에 내리는 쿨링 방식을 통해 일반건물 대비 연간 에너지를 13% 절감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네이버 1784’의 아트리움. 자연채광과 실내 생육이 가능한 수목으로 채워져 업무 중에도 쉽게 자연을 향유할 수 있도록 했다. 사진제공=삼우종합건축사사무소


‘네이버 1784’는 건물 외벽에 유리 창호를 한 겹 덧댄 이중외벽으로 설계하고 창호 사이에는 바람길을 내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도록 했다. 사진제공=삼우종합건축사사무소


이와 함께 1784는 모든 공간에 LED 조명을 100% 적용하고 자연 채광에 따라 실내 조명 밝기를 자동으로 제어하는 디밍 제어 방식도 도입했다. 회의실과 업무 좌석 등 개별 공간의 조명을 직원이 직접 조절할 수 있는 스마트제어 시스템도 적용됐는데 이 덕분에 약 16% 이상의 에너지 절감 효과가 기대된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점을 인정받아 1784는 미국 그린빌딩위원회(USGBC)의 LEED(Leadership in Energy and Environmental Design) 인증 플래티넘 등급까지 획득했다.

코로나19 시대에 준공된 건물인만큼 1784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고려해 지어졌다. 층별 공기가 분리되어 있는 독립 외조기 방식과 천장의 복사 패널 시스템을 혼합 적용한 냉난방 시스템을 이용해 중대형 병원 수준의 방역 안전성을 확보했다. 여러 층이 하나의 외조기를 공유할 경우 오염된 공기가 재순환되기 쉬운데 층별 공기를 분리해 신선한 공기를 최대한 많이 유입해 감염원이 확산될 확률을 현저히 낮췄다. 개인업무 공간 역시 일정한 거리두기가 가능하도록 설계됐는데, 가로폭이 1800mm에 달하는 넓은 책상을 도입해 1인당 사용면적을 넓혔고, 파티션도 1800mm로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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