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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대참사…'죽음의 골목' 154명이 스러졌다

핼러윈 축제 10만명 몰리며 최악의 '압사' 사고

286명 사상 "희생자 더 늘듯"

좁은 내리막길 위쪽서 "밀자"에

앞쪽 사람 와르르 무너지며 깔려

사망자 대부분 20~30대 젊은층

통제 안먹히고 시민의식도 실종

핼러윈 행사에서 발생한 압사 사고에서 구조된 부상자들이 29일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해밀톤호텔 인근 사고 현장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29일 밤 핼러윈 축제를 맞은 서울 용산구 이태원 거리에 10만 명의 인파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최악의 압사 참사가 발생했다. 소방 당국은 이날 벌어진 사고로 30일 오후 9시 기준 154명이 숨지고 132명이 다쳐 총 286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사상자 추가 수색을 완료하고 사망자 신원 확인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압사 사고는 이태원 일대 좁은 골목 폭에 비해 많은 인원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발생했다. 서울 시내 다른 술집 거리들에 비해 유난히 경사지고 좁은 골목 때문에 참사 규모가 커졌다. 특히 사고가 발생한 해밀톤호텔 옆 내리막길 도로는 폭이 3m 내외로 좁은 것으로 드러났다. 현장에 있던 생존자 홍 모(29) 씨는 “와이키키 술집 앞 골목 내리막길 앞쪽에 넘어진 사람들이 위로 피라미드처럼 쌓여 있었다”며 “위에서 미는 압력이 너무 심해 바로 옆 사람도 이미 서 있는 채로 숨을 거뒀던 것 같다”고 말했다.

정확한 사고 원인은 조사 중이지만 행정력이 감당할 수 없이 모인 대규모 인파, 급박한 상황에서도 안일한 시민 의식 등이 겹쳐 대규모 압사 사태를 막을 수 있었던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 마련된 핼러윈 인파 압사 사고 희생자 추모 공간에서 시민들이 헌화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3년 만에 이태원동 일대에서 열린 핼러윈 축제에서 29일 저녁 10만 명의 인파가 몰리며 154명이 압사하는 대형 참사가 벌어졌다. 연합뉴스




목격자 증언에 따르면 내리막길 위쪽에서 “밀자”라고 외치는 고함과 함께 압력이 가해졌다. 그 순간 앞에 있던 사람들이 넘어지면서 뒤따라오던 사람들이 앞쪽 사람 위로 넘어지면서 겹겹이 쌓였다. 현장에 있던 20대 남성은 “근처에 있던 사람들이 가장 아래에 깔린 사람부터 차례로 빼냈지만 최소 10분간은 그곳에 깔려 있었다”고 말했다.

소방 상황실에는 10시 24분부터 사람이 깔렸다는 119 신고가 접수된 뒤 1시간 동안 호흡곤란을 호소하는 신고가 81건 접수됐다. 하지만 구급차가 현장에 본격 도착한 시간은 11시가 다 돼서였다. 소방대원들은 즉각 출동에 나섰으나 구름 인파 탓에 진입이 쉽지 않았다. 11시부터 1시간가량 해밀톤호텔 앞, 이태원파출소 앞 대로변은 질식사한 사체들과 심폐소생술(CPR)을 하고 있는 소방대원들, 구경하면서 사진을 찍는 시민들로 ‘아비규환’이 펼쳐졌다.

경찰은 황급히 인력을 추가 투입해 대로변 통제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오후 11시 30분 즈음 경찰은 4~5m 간격으로 인간띠를 만들어 목이 쉬도록 “들어가세요”를 외쳤으나 시민들은 듣지 않았다. 환자들을 구조하는 현장 바로 옆에서 수십 명이 클럽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가 하면 참사 현장을 배경으로 ‘인증샷’을 찍거나 숨진 환자들을 동영상으로 촬영하는 이들도 있었다. 30일 오전 4∼5시께까지 대로변 곳곳에서 핼러윈 코스튬을 입은 채 술을 마시며 파티 분위기를 즐기는 사람도 많았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30일 오전 1시께 총 가용 병력을 투입하라는 지시를 내렸고 경찰 병력 400여 명이 투입된 오전 2시가 돼서야 길거리는 통제되기 시작했다. 경찰은 현재 사고 원인 규명과 사망자 신원 수색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사망자들은 서울·경기도 등 소재 42개 병원 및 장례식장으로 이송돼 안치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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