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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이태원 참사 대규모 인명피해 예상 못했다"

"코로나19 이전 대비 사고 당일 경찰 인력 배치 늘려"

"사고 골목 통제 조치 없었다…밀집 시 공권력 보완책 마련돼야"

31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및 경찰 관계자 등이 '핼러윈 압사 참사' 현장감식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이태원 압사 참사’를 두고 경찰이 인파 대비를 충분히 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가운데, 경찰이 “대규모 인명피해를 예상하지 못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태원처럼 행사 주최자가 없이 인파가 몰려들 경우에 대한 매뉴얼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31일 홍기현 경찰청 경비국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상당한 인원이 모일 것은 예견했다”면서도 “다수 인원의 운집으로 인해 대규모 인명피해가 발생할 것이라고는 예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홍 국장은 올해 핼러윈 축제 인파에 대해 “과거와 비슷하거나 조금 더 많은 인원이 모였지만 예전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모였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하면서 “현장에서 급작스러운 인파 급증은 못 느꼈다고 한다. 판단에 대한 아쉬움은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홍 국장은 코로나19 이전 대비 올해 핼러윈 배치된 경찰 인력이 증가했음을 강조했다. 홍 국장에 따르면 2017∼2019년 핼러윈 기간 배치된 인력은 37∼90명 수준이었지만 압사 참사가 일어난 지난 29일은 137명이 투입됐다.

홍 국장은 “지역 경찰 인력을 증원하고 교통·형사·외사 기능으로 합동 순찰팀을 구성했을 뿐 아니라, 시·도청 인력까지 포함한 수준으로 투입했다”며 “올해뿐 아니라 과거에도 현장 통제보다는 불법 단속과 범죄예방, 교통 소통에 중점을 뒀다”고 해명했다.

당초 용산경찰서가 현장에 200명을 투입하겠다고 보도자료를 배포한 데 대해서는 “사흘간 배치하는 인력을 연인원으로 계산해 200명 이상이라고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홍 국장은 "(사고 당일 이태원 일대를) 4∼5개 권역으로 나눠 관리했다"며 "(사고가 난 골목 통제와 관련한) 별도 조치는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지난 2017년에는 경찰이 저지선을 치고 통제했다는 지적에 대해 "폴리스라인이 있다고 해서 모두 통제라고 볼 수는 없다"며 "당시에는 인도에서 차도로 내려오는 사람들을 차단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치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지난해 해당 골목을 통제하는 모습이라며 온라인에서 돌아다니는 동영상과 관련해서는 "QR코드를 체크하는 방역 게이트"라고 반박했다.

홍 국장은 참사 사흘 전인 지난 26일 용산경찰서와 용산구청·이태원관광특구상인연합회 등이 간담회를 했지만, 안전대책 논의가 구체적으로 오가지는 않았다고도 전했다.

또한 사고 당일 이태원처럼 명확한 주최자 없이 대규모 인파가 모이는 상황을 대비한 경찰 매뉴얼은 없다면서 "이번 사고를 계기로 관리 주체는 없으나 다중 운집이 예상되는 경우 공공부문이 어느 정도 개입할 것인지 보완책이 마련돼야 한다. 공권력을 체계적으로 작동해 재발을 막는 데 목표를 두고 (매뉴얼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서울경찰청은 이태원 참사 원인 규명을 위해 과학수사팀, 피해자보호팀, 전담수사팀 등으로 구성된 475명 규모의 특별수사본부를 꾸렸다. 수사팀에 따르면 현재까지 사고 현장 인근 폐쇄회로(CC)TV 42개소에서 51개 영상을 확보해 분석에 들어갔고, 목격자와 부상자 등 44명을 상대로 조사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온 현장 영상도 정밀 분석 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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