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계곡살인' 사건으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이은해(31)와 징역 30년을 선고받은 공범 조현수(30)가 “변호인의 조력을 받고 싶다”며 추가 혐의로 받는 재판을 연기해달라고 요청했다.
범인도피 교사 혐의로 기소된 이은해는 인천지법 형사8단독 심리로 31일 열린 첫 재판에서 "공소사실 가운데 인정하는 부분이 있고, 인정하지 않는 부분도 있다"며 "변호인의 조력을 받고 싶다"고 말했다. 또 “변호인을 국선으로 할지 사선으로 따로 할지 고민 중”이라고도 했다.
계곡살인 사건 공범으로 징역 30년을 선고받은 조현수(30)도 변호인의 조력을 받겠다면서 이날 범인도피 교사 혐의 인정 여부를 밝히지 않았다.
이은해와 조현수는 지난해 12월 14일 계곡살인 사건의 피의자로 검찰의 2차 조사를 앞두고 잠적한 뒤 지인인 A(32)·B씨(31)에게 자금과 은신처를 마련하는 등 도피를 도와달라고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이에 A씨가 지난 1월부터 4월 16일까지 이들에게 불법 스포츠도박 사이트와 코인 리딩 사이트를 관리·홍보하는 일을 맡겨 수익금 1900만원을 생활비 등 도피자금으로 쓰게 했다고 밝혔다.
범인도피 혐의를 받는 A씨와 B씨는 지난달 22일 결심 공판에서 검찰에 각각 징역 6년과 징역 3년을 구형받았다.
이들의 도피를 도운 다른 조력자인 이은해의 중학교 동창 C씨(31·여), 그리고 C씨의 옛 남자친구도 이날 재판에 나와 혐의를 인정했다.
C씨는 이은해와 조현수의 도주 이후 올해 4월 검거될 때까지 이들과 모두 4차례 만났다. 이 중 3차례는 은신처인 경기 고양시 일산 주변을 벗어나 함께 여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C씨 등의 공동 변호인은 "C씨는 이은해와 절친한 사이로 도주 중인 이은해의 연락을 거절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도피에 도움을 준 부분이 있다"며 "C씨의 옛 남자친구는 이들이 어떤 범죄를 저질렀는지 모른 채 운전해준 정도의 역할만 했다"고 강조했다.
또 "피고인들은 적극적으로 도피하게 한 것이 아니라 연락이 오면 응하는 등 소극적으로 가담했다"며 "교통수단을 제공하거나 식사하고 유흥을 함께 즐기는 정도의 행위를 한 점을 고려해 선처해달라"고 요청했다.
한편 이은해는 내연남인 조현수와 함께 지난 2019년 6월 경기 가평군 용소계곡에서 남편 윤모(사망 당시 39세)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 됐다. 법원은 지난 27일 선고공판에서 이은해에게 무기징역을, 조현수에게 징역 30년을 각각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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