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당시 긴박한 사고 현장에서 시민들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앞장선 의인들의 선행이 뒤늦게 알려져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심정지 상태의 환자를 소생시키기 위해 직접 심폐소생술(CPR)을 실시하는가 하면 곤경에 처한 시민에게 구조의 손길을 내민 인터넷 방송인의 모습이 온라인상에서 회자되면서 격려 메시지가 답지했다.
31일 인터넷 방송과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종합하면 ‘아프리카TV’에서 방송을 진행하는 BJ(아프리카TV의 인터넷 방송인을 부르는 표현) ‘배지터’는 29일 이태원 참사 현장에서 구조 활동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배지터는 핼러윈 축제를 맞아 당시 이태원 상황을 전하는 방송을 진행하던 중 사고가 벌어졌던 좁은 골목길에 갇혀 큰 곤경에 빠졌다. 그가 촬영한 영상에는 많은 이들이 인파에 밀리며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이 고스란히 찍혀 있다. 다행히 배지터는 골목 옆 해밀톤쇼핑센터 난간 위에 올라가 있던 사람에게 구조 요청을 해 간신히 위기를 벗어날 수 있었다. 이후 그는 자신을 구출한 이들과 함께 5명 이상의 사람을 구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이 고스란히 담긴 영상은 아프리카TV에서 삭제됐지만 해당 영상 일부분이 온라인을 통해 공유되고 있다.
배지터 외에도 이름 없는 의인들이 당시 사고 현장에서 시민들의 목숨을 구했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퍼진 다른 영상에는 참사 발생 2시간 전으로 추정되는 시간에 여성 A 씨가 혼란한 상황을 수습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A 씨는 참사 당시와 비슷한 인파가 한꺼번에 몰리자 근처 난간 위로 올라가 “여기 못 올라오니까 앞으로 전달하세요. 올라올 분은 대기해주시고, 내려가실 분부터 이동합니다”라고 소리쳤다. 현장에 있는 목격자들은 A 씨가 기지를 발휘해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A 씨 외에도 수많은 이름 없는 의인이 가던 길을 멈추고 구조 활동에 적극 나섰다. 이들은 쓰러진 시민들을 향해 달려가 CPR을 시행하고 구급 대원을 도와 쓰러진 시민들을 들것으로 옮긴 것으로 파악됐다.
정치인들도 여야를 떠나 부상자 치료에 힘을 보탰다. 의사 출신인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과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참사 소식을 접한 후 각각 순천향대 서울병원과 이태원 사고 현장으로 달려가 환자 치료와 응급 구조 활동에 힘을 보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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