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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與野, 정쟁 활용 말고 ‘안전 불감증’ 치유 합심하라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벌어진 ‘이태원 압사 참사’로 우리 사회가 큰 충격과 슬픔에 빠진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이 31일 서울광장 앞 합동 분향소를 찾아 조문했다. 한덕수 총리는 “(일부에서) 사상자들을 혐오하는 발언이나 허위 조작 정보, 자극적인 사고 장면을 공유하고 있다”며 자제를 호소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현재는 일단 수습과 위로에 총력을 다할 때”라고 말했다. 하지만 민주당 산하 민주연구원의 남영희 부원장은 30일 페이스북에 “청와대 이전이 야기한 대참사”라고 썼다가 삭제하는 볼썽사나운 일을 벌였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경찰과 소방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던 것으로 파악한다”는 책임 회피성 발언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이 장관이 “소요와 시위가 있어 경찰 경비 병력이 분산됐던 측면이 있었다”고 말한 것도 변명으로 들린다. 지방자치단체와 경찰이 사전 대비와 현장 안전 관리를 제대로 했다면 참사를 막을 수 있었다는 지적도 나오는 만큼 이 장관의 발언은 부적절했다.

지금은 사고 수습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에 힘을 모아야 할 때다. 정치적 득실을 계산한 발언이나 정부 관계자의 무책임한 발언은 어떤 도움도 되지 않는다. 8년 전 세월호 참사를 겪고도 우리는 안전 불감증을 전혀 개선하지 못했다. 정부·지자체·경찰·시민사회 모두의 각성이 필요하다. 특히 경찰·구청·이태원역장·상인연합회 등은 참사 사흘 전 핼러윈데이 대비 간담회를 열었으나 범죄 예방과 방역 수칙에 대해서만 거론하고 10만 명의 인파 운집을 예상한 안전 대책을 논의하지 않았다고 한다.



안전 관리 부실에 따른 참사가 다시 벌어지지 않도록 하려면 대규모 군중 운집과 관련한 안전 대책 매뉴얼을 촘촘히 만들어 실천해야 한다. 매년 핼러윈 축제 기간에 하루 100만 명이 몰려도 큰 사고 없이 행사를 치러온 일본 도쿄 시부야의 사례 등을 참고해 안전 문화와 시스템을 총체적으로 점검해 일신해야 한다. 무엇보다 여야 정치권은 ‘애도의 시간’인 지금 비난과 정쟁을 멈추고 안전 불감증의 근원적 치료를 위해 합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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