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중국 최고 여성 갑부였던 우야쥔(58·사진) 룽후그룹 전 회장이 현지 부동산 경기 침체로 재산 3분의 2를 잃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부동산 경기 불황의 현실을 잘 보여주는 사례라는 분석이다.
1일(현지 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우 전 회장의 재산은 46억달러(약6조5000억원)로, 이는 올 들어 현재까지 이전 재산 가치보다 70% 가량이 줄어든 것이다. 그는 한 때 중국의 최고 여성 갑부였지만, 통신은 “(재산 감소로) 우 전 회장은 세계 500대 부자를 추적하는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에서 탈락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우 전 회장은 1993년 룽후부동산의 전신인 부동산 업체를 설립한 뒤 2009년 홍콩 증시에 룽후부동산을 상장시킬 정도로 회사를 키워냈다. 이후 중국의 부동산 호황기와 맞물려 회사는 급속도로 성장했으며, 그의 재산도 크게 불어났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중국 당국이 부동산 투기 단속에 나서면서 시장이 경색되기 시작했고 룽후그룹에도 서서히 위기가 몰려왔다. 우 전 회장은 지난달 28일 그룹 회장직과 이사회 의장직에서 물러난다고 회사 측에 밝혔다. 경영에서 손을 떼고 2선으로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다. 블룸버그는 “우 전 회장은 건강상 이유를 사의를 표명한 이유로 들었지만, 업계에서는 그가 갑자기 물러난 데 대해 놀랍다는 반응”이라고 전했다.
룽후그룹은 중국의 민간 부동산 기업 가운데 신용 등급이 가장 높은 업체로 알려져 있다. 그런 만큼 룽후그룹이 처한 현실은 중국 부동산 경기 불황의 ‘골’이 깊다는 점을 보여준다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로 리서치 회사 유스 트러스트(Use Trust)에 따르면 내년 말까지 중국 부동산 업계가 갚아야 할 부채 규모는 총 2920억달러(약 417조원)에 달한다. 당장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차입금 규모도 537억달러(약 76조5000억원)나 된다. 블룸버그는 “중국 부동산 업계의 도산 위기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말 중국 내 최대 부동산기업인 헝다(恒大·에버그란데)가 디폴트(채무불이행) 상황에 부닥친 걸 시작으로 중국 내 부동산 기업들은 여전히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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