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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사회 뿌리내린 한인들 공존의 길 담으려 노력"

다큐영화 '초선' 연출 전후석 감독

연방 하원선거 출마한 5명 다뤄

선거 매개로 혐오·차별 등도 조명

다큐멘터리 영화 ‘초선’을 연출한 전후석 감독. 사진 제공=커넥트픽쳐스




2020년 미국 대선과 동시에 열린 연방 하원 선거에 재미 한인 5명이 출마해 4명이 당선됐다. 같은 재미 한인인 전후석 감독은 11월 3일 개봉하는 다큐멘터리 영화 ‘초선’에서 이들의 선거운동을 카메라에 담았다. 31일 서울 서초구의 한 카페에서 서울경제와 만난 그는 “우연히 5명의 출마 소식을 다룬 신문 기사를 접한 게 출발이었다”며 “다양한 이념과 배경이 스토리텔링에 적절했다”고 말했다. 당시 존 볼턴 전 백악관 안보보좌관의 회고록 ‘그 일이 일어난 방’에서 북미정상회담 과정을 접한 뒤 ‘결정권자가 재미 한인이라면 결말이 달라졌을까’ 하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그러던 중 출마자들이 일종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여겼다고 그는 말한다.

영화 ‘초선’의 출발점인 5인의 재미 한인 출마자들. 데이비드 김(왼쪽 위부터 반시계 방향), 매릴린 스트리클런드, 미셸 스틸, 앤디 김, 영 김 의원과 주주 장 ABC방송 앵커. 사진 제공=커넥트픽쳐스


출마자들은 정치적 이념과 성별·세대·출신 등 모두 달랐지만 미국에 뿌리내린 한인들을 대변하기 위해 연방의회에 입성해야 한다는 생각만은 같았다. 1992년 로스앤젤레스(LA) 폭동 이후 한인들이 뭉쳐서 스스로 지켜야 한다는 깨달음의 영향이다. 전 감독은 “폭동 전후로 재미 한인의 역사가 달라졌다. 당시의 상황이 시사하는 바는 지금도 유효하다”고 전했다.

영화 ‘초선’에서 데이비드 김의 선거운동 장면. 사진 제공=커넥트픽쳐스




‘초선’은 이 중 대규모 후원회나 선거 자금 없이 풀뿌리민주주의 원리에 가장 들어맞는 선거운동을 하면서 유일하게 낙선한 변호사 출신 데이비드 김에게 초점을 맞춘다. 그는 소수민족인 데다 성소수자로, 집 안팎에서 성 정체성과 출신 문제로 벽에 부딪힌다. 전 감독은 “그를 통해 내부의 여러 금기시된 불편한 지점을 건드리고 싶었다”며 “세대·이념·젠더 등의 차이에도 평화롭게 공존할 방향을 말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선거는 재미 한인 세대 간 갈등은 물론 갖가지 혐오와 차별 등 다층적인 문제들을 말하기 위한 매개의 역할”이라고 했다. 영화는 특히 1992년 LA 폭동 당시 정의와 평화를 원한다는 한인들의 집회 장면을 보여준 다음 2020년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BLM)’ 집회에 대한 재미 한인들의 엇갈린 의견을 소개한다. 그는 “30년 전과 지금의 집회 모두 똑같이 ‘정의와 평화’를 구호로 외치는데 BLM에는 왜 5명 중 한 명만 참여하는지에 대한 의문을 던지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영화 ‘초선’에서 미셸 스틸은 공화당 후보로서 주류 사회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한인을 표상한다. 사진 제공=커넥트픽쳐스


전 감독은 데뷔작 ‘헤로니모’에서 쿠바에 정착한 한인을 조명한 데 이어 다시 디아스포라 이야기를 했다. 그는 “디아스포라는 소수자이자 경계인으로서 남들과 공존하는 법을 내재화한 만큼 계속해서 발전시켜야 할 부분”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코리안 드림’과 함께 한국에 오는 외국인이 있을 것”이라며 “그들과의 평화 공존을 위한 도덕적 기제를 키울 방법이 디아스포라적 스토리텔링에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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