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현장에서 다친 딸을 직접 업고 1.5km가량을 달린 아버지의 감동적인 사연이 전해졌다.
31일 뉴시스에 따르면 경기도 성남시에 사는 남성 A(62)씨는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난 29일 밤 20대인 딸에게서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핼러윈데이를 앞두고 친구들과 이태원에 갔던 딸은 A씨에게 “옆에 사람들이 죽었어”라며 다급한 목소리로 말하기 시작했다.
A씨는 딸에게 무슨 얘기인지 물었지만, 통화가 끊어지는 탓에 뒷말을 들을 수 없었다고 한다.
이후 딸에게서 온 문자 메시지를 확인한 A씨는 심상치 않은 상황임을 직감하고 곧장 택시를 잡아 딸을 보호하고 있는 이태원 파출소로 향했다.
딸은 문자에서 “나 죽다 살았는데 다리가 부러진 것 같아. 이태원에서 압사 사고 났는데 집에 가려다 맨 밑에 깔렸어. 여기 사람들 막 다 죽었어. 살려줘 나 무서워”라고 적혀있었다.
이후 ‘심정지 50명’이라는 뉴스가 처음으로 보도됐다. A씨는 “그때 택시를 타고 이태원 부근에 도착했는데 교통 통제로 인해 도로가 막혀 차에서 내려 1.5㎞ 가량을 뛰었다”고 말했다.
어렵게 A씨는 파출소에 도착했다. 당시 그곳엔 A씨의 딸을 포함해 네 명 정도가 누워 있었다. A씨는 “딸은 고통스러워하고 도로엔 일반 차가 못 다니는 상황이었다”며 “결국 택시라도 탈 수 있는 쪽으로 나가려고 딸을 등에 업고 1㎞ 넘게 뛰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하지만 택시는 잡히지 않았고, 결국 A씨는 아무 차량이라도 얻어 타기 위해 도움의 손길을 청해봤지만 이마저도 뜻대로 안 됐다.
그 순간 BMW 차량을 탄 젊은 남녀가 다가와 A씨에게 “병원까지 태워주겠다”고 먼저 제안했다. 이들은 A씨와 딸을 함께 태운 뒤 여의도 성모병원 응급실까지 데려다 줬다.
하지만 이곳도 앞서 실려온 사상자들로 이미 다른 환자를 받을 수 없었고, 이 남녀는 A씨 집 근처에 위치한 분당차병원 응급실까지 두 사람을 태워줬다.
덕분에 A씨의 딸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끝에 고비를 넘겨 현재 일반 병실로 옮겨진 상태다. A씨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딸을 태워준 젊은 남녀에게 감사의 말을 전했다.
한편 이태원 참사 사망자가 1명 늘어났다. 이에 따라 사망자는 총 155명이 됐다. 중상자는 3명 줄어든 30명, 경상자는 6명 늘어난 122명으로 부상자는 총 152명이다.
추가된 사망자는 중상자였던 24세 내국인 여성이다. 이밖에 다른 중상자 2명은 경상자로 전환됐고, 여기에 경상자 4명이 새로 확인됐다. 현재까지 이태원 사고 사망자는 남성 55명, 여성 100명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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