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을 받는 청년 10명 중 3명이 근속연수에 따라 임금이 오르는 연공급 임금체계에 대해 반대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연령에 따라 임금 체계에 대한 인식 차이도 뚜렷했다. 정부 입장에서는 임금 분야의 노동시장 개혁에 대한 인지도를 높여 공론화를 해야 하는 과제도 드러났다.
한국노총은 1일 정부의 임금체계 개편에 대한 국민 인식을 알기 위해 지난달 25~26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정부의 직무·성과급 임금체계 개편을 알고 있느냐’는 질문에 50.7%는 ‘모른다’고 답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나서 여러 차례 강조한 노동시장 개혁은 6월 23일 이정식 고용부 장관의 공개 브리핑을 통해 방향이 정해졌다. 개혁 방향을 보면 연장근로관리 단위 변경 등 근로시간 제도를 개선한다. 또 호봉제로 대표되는 연공급 임금체계를 줄이고 직무·성과급제를 확산하는 것이다. 세부 과제는 전문가가 모인 미래노동시장연구회에서 마련 중이다. 정부는 연구회가 이달 세부 과제를 만들면 정책화에 나선다.
특히 청년이 호봉제를 반대하는 여론이 높다는 점이 확인됐다. 18~29세 임금근로자 86명에세 연공급 임금체계에 대한 찬반을 묻자, 반대가 34.4%로 찬성(28.9%)를 앞섰다. 하지만 반대 비율은 연령대가 높을 수록 높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고연령일수록 이미 연공급 혜택을 받는 경우가 많은 상황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젊은 세대들이 공정한 보상을 중요하게 여긴다는 평가와도 일치하는 결과다.
하지만 직무·성과급제에 대해 찬반에 대해서도 18~29세는 52.6%가 반대를 해 찬성(19.3%)을 앞섰다. 이 반대 비율은 연령이 높을수록 낮아졌다. 연공급 설문과 마찬가지로 고연령일수록 기존 임금체계(연공급)를 바꾸는 데 우려가 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호봉제 반대 비율과 직무·성과급제 반대 비율이 크게 어긋나는 점이 눈에 띈다. 임금체계에 대한 정확한 평가 보다 정부에 대한 평가가 설문에 영향을 준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살 대목이다.
노동계는 직무·성과급제 확산 보다 산별임금체계를 도입하는 게 맞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산별임금체계는 한국과 같은 기업별 임금체계, 노조 지형 등을 고려할 때 도입이 쉽지 않다는 우려도 많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이날 임금체계 대안 모색을 위한 토론회에서 “직무·성과급은 노동자와 노동조합의 의견이 무시된 채 추진되고 있다”며 “임금불평등은 산별임금체계, 공동교섭 등 새로운 대안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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