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을 수도 있겠다. 정말 공포 그 자체였다”
핼로윈 데이를 맞아 가족과 함께 주말에 이태원을 방문했다가 압사 참사 직전 골목을 빠져나온 A씨의 목소리에는 사고 당시의 공포감이 그대로 묻어났다.
A씨는 31일 전파를 탄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이태원 참사 당시의 급박했던 분위기를 전했다.
A씨는 “정신적으로 충격이 너무 컸다. 저희도 순간적으로 판단을 잘못했으면 그렇게 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계속 드니까 그날 저녁은 너무 힘들었다”고 했다.
지난 29일 밤 9시 30분께 이태원에 도착했다는 A씨는 “대로변 쪽에서는 사람들이 많긴 했지만, 어느 정도 통행이 가능했고 많은 사람들이 여느 축제와 다름없이 축제를 많이 즐기고 있었다”고 떠올렸다.
“그런데 해밀톤호텔 쪽으로 이동을 점점 할수록 사람들이 옆으로 붙기 시작하고 압박의 강도가 심해졌다. 그쯤 되니까 저희가 이동하려고 이동한 게 아니고 인원에 휩쓸려서 가게 됐다”고 상황을 전했다.
이어 그는 “그때부터 ‘사고가 일어날 수도 있겠다’는 그런 불안한 예감이 들었다. 압박의 정도가 점점 심해져서 뒤로 빠져나가려고 했다. 그런데 뒤로 빠져나갈 수 없는 상황이 됐다”라며 “그래서 아이가 사람 많은 것을 즐거워했었는데 점점 자기도 압박을 느끼니까 저한테 안겨 있었는데 그때부터 무서움을 표현했다. 정말 이러다가 정말 큰일 나겠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고 덧붙였다.
이후 한 커플이 오른쪽에 있던 주점의 울타리를 넘어 탈출하는 걸 목격한 A씨는 본능적으로 자신의 가족과 함께 그곳을 넘었다고 했다.
그는 “주점 울타리 안에 있던 광경을 보고 있던 외국인 한 분이 계셨는데 그분한테도 아이를 받아달라고 외쳤다”라며 “그분이 아이를 받아준 다음에 저희 부부도 차례차례 울타리를 넘어서 그 주점으로 들어간 다음에 탈출했다”고 말했다.
A씨는 “저희가 울타리를 넘어갈 때만 해도 대부분 느낌이 이게 정말 사고가 날 거라는 그런 느낌은 아니었다”라며 “(대부분의 사람이) 바로 옆에 골목이 있었고 거기로 빠져나갈 거라는 생각을 다 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우리처럼 그렇게 울타리를 타고 나갔던 사람이 거의 없었다”고 했다.
A씨는 ‘주변 업소들이 문을 열어주지 않아 피해가 커졌다’는 분석에 대해서도 답했다.
그는 “업소들이 문을 안 열어줬다기보다는 그런 사고가 발생할 거라는 걸 다들 몰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제가 탈출했던 그 주점도 클럽이랑 같이 하는 곳이었고 웨이팅이 길었다. 그래서 출입할 때 밴드를 손목에 붙이고 들어가는 식으로 인원체크를 했다”라며 “제가 울타리로 들어갔을 때 거기 직원들이 ‘들어오시면 안 된다고 나가라’는 식으로 계속 얘기를 하셨다. 어쨌든 그때는 사고가 발생하기 전이었기 때문에 그 직원들은 자기의 일을 한 것”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A씨는 일각에서는 사고 당시 특정 인원이 고의로 사람을 밀었다는 주장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는 상황과 관련, “(야 밀어!) 소리는 듣지 못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바로 옆에 주점에서 음악 소리 엄청 컸고 그러다 보니까 앞쪽에 있는 소리를 못 들은 게 아닌가 싶다”고 했다.
A씨는 참사 사고를 집에 돌아오는 차량에서 접했다고 한다. 그는 “저는 그렇게 탈출을 했지만 그래도 사고는 발생하지 않겠지라고 생각했다”라며 “이태원은 예전에도 핼러윈 열릴 때 그렇게 사람이 많았던 적도 많다고 하고 어떻게든 그 골목을 다들 빠져나가겠지 라고 일단 생각을 했었는데 진짜 정신적으로 충격이 너무 컸다”고 말했다.
나아가 A씨는 “사고가 났던 골목이 막혔을 때 조금의 인원 통제라도 막힌 부분 조금만 풀 수 있는 인원 통제라도 있었으면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지 않았을까”라며 정부와 지자체의 대처가 부족했다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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