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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늦었지만 외양간이라도 제대로 고쳐야

정상훈 정치부 기자





이태원 압사 참사에 정부가 국가 애도 기간을 선포했다. 이에 국회도 잠시 정쟁을 중단했다. 참사에 대응하는 주무 부처들이 수습 업무에 전념할 수 있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는 상황 보고만 받는 선에서 진행됐고 운영위원회의 대통령실 국정감사는 일주일 미뤘다. 대선 전부터 이어진 여야의 극한 대립이 1년 만에 멈춘 순간이었다.

국민은 156명의 생명을 앗아간 참사의 재발 방지를 바란다. 문제는 소를 잃은 외양간을 누가 고치느냐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책임 있는 인사들의 회피성 발언으로 신뢰를 잃었다. 경찰은 112 신고 녹취록이 공개되며 부실 대응 책임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검찰도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으로 불린 검찰청법 개정으로 대형 참사에 대한 직접 수사 권한이 없다. 감사원 또한 독립성 지적을 받고 있다.

남은 것은 국회다. 국회는 상임위원회를 열어 전체회의에서 현안 질의를 할 수 있다. 국회법에 따라 현안이 되는 중요한 사항을 정부에 물어볼 수 있는 ‘긴급 현안 질문’도 가능하다. 헌법에 의한 ‘국정조사’ 권한도 있다. 관련 부처에 자료를 요청할 수도, 입법권을 활용해 제도적인 미비점을 보완할 수도 있다.



애도가 정쟁으로 이어지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하지만 진상 규명은 정쟁이 아니다. 치열한 토론과 논쟁으로 유가족들이 억울해하고 국민들이 궁금해하는 부분들을 풀어내는 게 정치권의 역할이다. 참사 현장을 찾아 주위를 둘러보고 분향소에 국화꽃을 헌화하며 고개 숙이는 모습을 보이며 사진 찍히는 게 아니다.

다행스럽게도 여야 모두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킬 제도를 정비할 초당적 협의체를 만들자고 말한다. 이 제안에 진정성이 있다면 협의체 출범을 위한 실질적 논의를 하루빨리 시작해야 한다. 주최자가 없는 행사라도 안전 관리를 강화할 수 있도록 하는 재난안전법 개정 움직임은 이미 진행되고 있다. 국민의 생명·안전과 직결된 법안이야말로 진정한 민생 법안이다.

조문(弔問)이라는 단어에는 ‘물음(問)’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장례식장에서 상주의 손을 잡고 “얼마나 상심이 크시겠느냐”며 위로를 건네는 이유다. 국회는 제대로 묻기를 바란다. 만일 국회가 이번 참사 앞에서 가만히 있는다면 그나마 남은 신뢰마저 무너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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