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발생한 ‘이태원 참사’ 현장에서 일부 시민들이 춤을 추며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 공개돼 비난 여론이 확산한 것과 관련, 당시 사람들이 사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된 가운데 서울시와 용산구청이 보낸 재난문자도 사고의 심각성을 전달하기에 부족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로 당시 영상을 보면 핼러윈을 기념하기 위해 이태원에 모인 인파에게 “사고가 발생했다. 집으로 돌아가 달라”라는 경찰의 외침이 시끄러운 클럽 음악에 파묻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 한 누리꾼은 “당시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친구들이 올린 글을 보면 (출동한) 소방차를 보면서 불이 난 것인지 의아해하더라. 무슨 상황인지 한참 모르고 있다가 빠져나온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았다”는 댓글을 달기도 했다. 현장에 사람이 몰려 휴대전화의 인터넷 데이터가 원활히 송·수신되지 않았다는 증언도 다수 있었다.
반면 재난문자 등 행정당국의 대처는 다소 늦어졌던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가 이태원 사고와 관련해 재난문자를 처음으로 보냈을 때는 최초 신고가 있던 오후 10시15분에서 1시간 40분이 지난 오후 11시55분이었다.
서울시는 이후에도 지난달 30일 오전 12시4분, 오전 12시51분, 오전 2시53분, 오전 3시9분에 “용산구 이태원 해밀턴호텔 앞 긴급사고로 현재 교통 통제 중”이라며 해당 지역 접근 자제와 사고 현장 근처 시민들에게 귀가를 요청하는 재난문자를 보냈다. 용산구청은 30일 오전 12시11분과 오전 1시37분, “이태원역 해밀턴호텔 일대 사고 발생으로 인하여 통제 중”이라며 시민들의 이태원 방문 자제 및 차량 우회를 요청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문자가 시민들에게 접근을 자제하고 귀가 독려, 차량 우회를 당부하는 내용에 그쳐 사건의 심각성을 알리기에는 부족했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이호성 서울시 안전총괄과 재난상황팀장은 뉴시스에 "재난문자는 재난을 관리하는 주무부처의 요청이 있을 때 발송하는데, 이번 사고의 경우 현장에 나가 있던 재난협력팀이 구급차의 소통이 원활하지 못한 것을 파악하고 차량 우회를 당부하는 재난문자를 요청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서울시와 용산구는 '인명피해', '사망' 등의 표현을 직접적으로 사용하지 않은 이유는 불안감을 조성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 팀장은 "해당 사고와 관련 없는 사람들도 보게 되는 것이기 때문에 직접적인 표현보다는 완곡한 표현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면서 "(사망 사고 등) 현장 상황을 몰랐다. CPR(심폐소생술) 중인 것으로 알고 있었고, 정확한 사망 판정에 대해서는 저희가 알 수 없다"며 "(인명피해가 확인된 후에도) 꼭 사망이라고 표현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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