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속고 속이는 반전의 이야기. 맛깔스럽게 표현해 내는 배우들의 연기. 티빙 오리지널 ‘몸값’이 보는 재미가 무엇인지 확실하게 보여줬다.
‘몸값’(극본 전우성, 최병윤, 곽재민/연출 전우성)은 서로의 몸값을 두고 흥정하던 세 사람, 형수(진선규), 주영(전종서), 극렬(장률)의 이야기다. 이들은 지진으로 무너진 건물에 갇힌 후, 각자 마지막 기회를 붙잡기 위해 위험한 거래를 시작하며 광기의 사투를 벌인다.
제목부터 강렬하다. 어떤 몸값에 대해 이야기하는 건지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첫 장면에 밝혀진 몸값의 의미는 처녀를 원하는 중년 남자가 여고생과 흥정하는 것. 시골 모텔방에서 만난 형수는 주영이 처녀가 아니라는 이유로 이전에 제시했던 몸값을 깎는다. 곧이어 몸값의 의미는 뒤바뀐다. 알고 보니 주영은 여고생이 아닌 장기밀매 직원이었고, 모텔은 조직의 작업 공간이었다. 어느새 형수는 장기밀매 경매장의 몸값 흥정 대상이 된다.
원작과 비교하는 재미가 있다. 원작은 이충현 감독의 단편 영화 ‘몸 값’이다. 전우성 감독이 확장판 메가폰을 잡으면서 14분짜리 원작을 6부작으로 늘렸다. 1부당 약 30분 분량으로 총 러닝타임은 215분이다. 1부가 원작 줄거리의 전부다. 시그니처 같은 파격적인 대사는 상당 부분 그대로 가져왔다. 대신 인물과 디테일이 많아졌다.
2부부터 ‘몸값’만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지진으로 아수라장이 된 건물에서 인물들은 서로 속고 속이며 살 궁리를 한다. 주영은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상황에서도 자기 잇속 챙기려 하다가 쫓기는 신세가 된다. 형수는 자신을 위기에 몰리게 한 주영 덕분에 풀려난다. 여기에 아버지의 신장이식을 위해 경매에서 형수의 신장을 1억 원에 산 극렬은 극한 상황에서도 형수에게 집착한다. 동상이몽인 세 사람은 괴물 같은 사람들 틈 사이에서 살아남기 위해 함께 힘을 합친다.
이 작품이 매력적이게 다가오는 것은 날 것의 연기다. 비법은 원테이크다. 전우성 감독은 원테이크로 촬영된 원작의 매력을 살리기 위해 짧게는 5분, 길게는 15분 정도로 쉬지 않고 촬영하는 것을 선택했다. 어떤 드라마나 영화보다 더 오랫동안 공을 들이고 배우들끼리 호흡을 맞춰야 하는 방식이기에 생생한 연기의 맛을 볼 수 있다.
가장 큰 결점은 늘어짐이다. 2~3부는 반복처럼 느껴지는 장면과 구조가 많다. 1부는 반전으로 몰입도를 확 높이지만, 이후 긴장감이 떨어진다. 원작을 보지 않은 이들이더라도 느끼게 되는 부분이다.
원작 팬들이라면 궁금증을 높이는 요소이기도 하다. 상상으로만 그렸던 뒷이야기를 볼 수 있으니. 거짓말로 점철된 인물들이기에 남은 4~6부에 어떤 반전이 있을지, 세 사람의 결말은 어떻게 될지 기대해 볼 만하다.
◆ 시식평 ? 진선규, 팬티만 입고 연기하는데 얼굴은 왜 이렇게 다양한지
관련기사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