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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이슈] 애도기간에 음악을 멈추라고?

이태원 참사에 공연 줄줄이 취소

대중문화계 종사자들 비판 목소리

"수입 70% 사라졌는데 강요 부당"

"음악도 애도의 방식, 중단만이 답 아냐"

사진=이미지투데이




이태원 참사 피해자에 대한 애도와 추모의 분위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대중문화계가 ‘일시 멈춤’을 겪고 있다. 한편으로는 중단만이 유일한 추모 방식은 아니라는 취지로 공연과 작업을 계속 이어가겠다는 목소리가 나와 주목받고 있다.

지난달 29일 서울 용산구 도심에서 발생한 참사로 정부는 오는 5일까지를 국가 애도 기간으로 지정했다. 용산구는 연말까지 애도 기간으로 설정해 모든 행사와 축제를 전면 취소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지자체와 민간 기업은 계획된 축제나 행사를 취소하거나 최소화하고 나섰다. 문화계 역시 동참하는 뜻으로 예정된 일정을 일제히 취소하거나 연기하고 있다. 가수 장윤정, 영탁, 백지영, 장민호 등은 콘서트를 취소했고 가수 용준형, 그룹 엑소 첸, 정은지 등은 앨범 발매 일정을 뒤로 미뤘다. 개봉을 준비하던 영화들도 제작발표회·시사회 등 각종 행사를 중단했으며 TV 예능 프로그램들도 결방이 잇따랐다.

이런 가운데 추모와 애도를 한다며 공연 예술이 중단돼 온 현상을 비판하는 대중문화계 종사자들 목소리가 연이어 나오고 있다. 3일 오후 서울 망원동 소재 라이브 음악 공연장 ‘벨로주 망원’에서 열리는 ‘내 가수의 애창곡 1’ 공연을 예정대로 진행하겠다고 밝힌 공연기획자 박정용 씨는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모든 공연이 절대로 멈춰서는 안 된다는 말이 아니다”라고 강조하며 “공연의 의미와 역할을 고려해 함께 하는 이들에게 추모와 위로를 나눌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진행하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이런 목소리는 지난달 31일 가수 생각의여름(본명 박종현)이 인스타그램에 비슷한 취지의 글을 올린 이래 SNS 상에서 활발히 논의되고 있다. 생각의여름은 당시 “공연이 업인 이들에게는 공연하지 않기뿐 아니라 공연하기도 애도의 방식일 수 있다”라며 “예나 지금이나 국가기관이 보기에는 예술 일이 유흥, 여흥의 동의어인가 보다. 관에서 예술 관련 행사들(만)을 애도라는 이름으로 일괄적으로 닫는 것을 보고, 주어진 연행을 더더욱 예정대로 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라고 소신을 밝혔다.

/ 사진=배순탁 인스타그램 캡처




/ 사진=정원영 인스타그램 캡처


해당 글은 많은 공감을 얻고 있다. 배순탁 대중음악평론가는 인스타그램에 해당 글을 공유하며 “우리는 마땅히 애도의 시간을 통과해야 한다. 그러나 애도의 방식은 우리 각자 모두 다르다”라고 썼다. 같은 날 밴드 긱스 출신 가수 정원영도 인스타그램에 “모든 공연을 다 취소해야 하나요. 음악만 한 위로와 애도가 있을까요”라는 글을 업로드했고, 가수 장재인 역시 정원영과 생각의여름의 게시물을 인스타그램에 공유했다.

공연을 생업으로 하는 이들도 목소리를 잇따라 내고 있다. 자신을 전업 예술인이라 밝힌 싱어송라이터 히지 양 씨는 자신의 트위터에 “공연 하나는 자진 취소했고, 다른 하나는 서울시의 권고 하에 취소돼 이번 달 제 수입의 70%가 사라졌다”라면서 “예술가와 공연인의 활동은 ‘노는 것’이나 ‘애도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직업”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예술인에게 강제적으로 일을 하지 못하고 생활비를 마련하지 못하는 상황을 강요하는 것만이 제대로 된 애도인가”라고 비판했다. 해당 트윗은 2만 회 이상 리트윗됐다.

사진=이미지투데이


밴드 교란으로 활동 중인 싱어송라이터 홍지현 씨도 최근 트위터에 “공연이 줄줄이 취소된다. 우리 일자리들이 순식간에 사라진다. 또, 또, 또”라며 “애도 기간에도 월세를 내야하고 빚도 갚아야 하는데 왜 우리는 일을 하면 안 되나요?”라는 글을 올렸고, 이는 4천 회 이상 리트윗됐다.

홍지현 씨는 서울경제스타에 의견을 따로 밝히며 “애도의 방식은 모두가 다르다. 이를 강제하는 순간 애도라고 볼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예술은 표출과 포용의 수단이며 공연장은 그것이 모이는 현장이다”라고 말했다. 홍 씨는 참사가 일어날 때마다 공연 중단 위기에 놓였던 사회 분위기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세월호 참사와 코로나19, 이태원 참사까지 겪으며 예술을 직업으로서 인정하지 않는 인식을 다시 한번 체감했다”라면서 “예술가들은 단지 불쌍한 사람이 아니라 부당한 대우를 받는 노동자들이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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