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압사 참사 당시 ‘늑장 대응’으로 사고 초동 대처에 실패한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의 행적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특히 현장 지휘관의 상부 보고가 늦어지면서 경찰 지휘 체계가 마비됐다는 지적이 잇따르는 만큼 이 전 서장의 참사 당시 행적이 사고 원인을 밝히는 중요한 열쇠가 될 전망이다.
경찰청 특별감사팀은 이 전 서장을 특수수사본부(특수본)에 수사의뢰하면서 "사고 발생 지역을 관할하는 경찰서장으로서 현장을 총괄할 의무가 있는데도 뒤늦게 도착해 지휘 관리를 소홀히 하고 보고도 지연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청 특별수사본부도 참사 당일 이 전 서장의 동선과 행적을 추적하고 있다.
서울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이 전 서장은 참사 당일인 지난달 29일 오후 8시 30분까지 용산구 집회 현장을 감독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후 그는 오후 9시쯤 용산서 경비과장 등 간부들과 삼각지역 인근에서 식사를 하던 중 용산서 상황실로부터 참사 관련 보고를 받고 오후 9시 30분쯤 자리를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서장은 사고 발생 5분 후인 오후 10시 20분에야 현장에 도착했다. 하지만 이 전 서장이 사고 현장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음에도 1시간 가까이 시간을 허비하면서 그가 해당 시간에 무엇을 했는지를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 전 서장이 11시가 넘어 현장에 도착했다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다만 이 전 서장이 당일 교통체증으로 도보로 이동했을 경우 터무니없이 늦었다고 볼 수 없다는 반론도 적지않다.
특수본은 이 전 서장의 현장 도착이 늦었다는 판단 하에 그의 통신 자료, 용산서와 서울청 상황실 기록, 목격자 진술 등을 토대로 그의 정확한 동선과 위치를 재구성할 것으로 보인다.
이 전 서장을 향한 다른 의혹은 직속상관인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에 대한 ‘늑장보고’다.
이 전 서장은 현장 도착 1시간 17분 뒤, 참사 발생 1시간 19분 뒤인 오후 11시34분 김 청장에게 처음 보고했다. 이 전화를 놓친 김 청장은 2분 뒤 이 전 서장에게 전화를 걸어 참사 발생 사실을 처음 인지한다.
서울경찰청의 공식 보고 체계는 '용산경찰서→서울청 112 치안종합상황실'이지만 대규모 인명 피해가 발생한 긴급 상황이 발생했는데도 1시간이 넘게 보고를 하지 않은 것은 미스테리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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