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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변우석, '처음'이라는 단어로 기억될 '20세기 소녀'

영화 '20세기 소녀' 변우석 / 사진=넷플릭스 제공




처음이라는 단어에는 기분 좋은 긴장과 설렘이 담겨 있다. 포문을 열고 그 세계로 들어가는 순간의 벅참과 행복은 오래도록 기억될 거다. 배우 변우석에게 넷플릭스 영화 '20세기 소녀'가 처음이라는 단어로 남는다. 첫 영화, 첫 주연, 첫 부산국제영화제, 그리고 첫사랑까지 그의 시작을 알린 작품이다.

'20세기 소녀'(감독 방우리)는 어느 겨울 도착한 비디오테이프에 담긴 1999년의 기억 속 17세 소녀 보라(김유정)가 절친 연두(노윤서)의 첫사랑을 이루어주기 위해 사랑의 큐피트를 자처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변우석이 연기한 운호는 연두가 짝사랑하는 현진(박정우)의 친구다. 현진의 정보를 얻기 위해 보라가 움직이면서 자연스럽게 보라와 가까워지고, 그렇게 첫사랑이 시작된다.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 장면들이 정말 예뻐서 기억에 많이 남더라고요. 이 장면을 제가 표현한다고 상상하면서 읽었는데, 설레기도 했어요. '나한테 이렇게 좋은 작품이 올 수 있나?'는 마음이 들었고, 주저 없이 선택하게 됐습니다."

이렇게 작품에 임하게 된 변우석은 운호의 캐릭터를 만들기 시작했다. 변우석이 생각한 운호는 표현을 자주 하지 않고, 하고 싶은 말이 있을 때 한 번 더 생각하는 인물이기에 최대한 응축해서 연기하려고 했다고.

"초반에는 운호가 어느 정도 가려지는 부분이 있어요. 감독님과 얘기하면서 표정을 냉소적으로 하려고 했고, 툭툭 뱉는 말투로 연기하려고 했죠. 제가 표현이 많은 사람이라 운호의 감정을 이해하는 데 시간이 필요했지만, 감정을 따라가다 보니 맞닿은 부분이 있더라고요. 운호가 갖고 있는 태도나 마음가짐을 많이 이해했어요."



중후반부터는 운호가 전면에 드러나면서 첫사랑의 설렘을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변우석은 이때의 운호는 누군가를 위해 모든 걸 바칠 수 있는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진심으로 보라를 좋아하고 받아들이려고 하고, 최대한 마음을 표현하려고 노력했을 거다.

"진심으로 순간의 감정에 몰입하면 보는 사람들에게도 제 감정이 잘 전달될 거라는 마음으로 연기했어요. 그러기 위해 그 감정 자체에 빠져들었고요. 현장에서도 대사를 보기보다는 감정에 집중하려고 노력했죠."

"제 첫사랑을 말씀드리기 부끄럽긴 한데, 중학교 대 엄청 좋아하던 친구가 있었어요. 친한 친구였는데, 고백도 하지 못했죠. 짝사랑으로 끝난 기억이 있어요. 그런 감정이 저한테 있다 보니 운호를 이해하기 조금 더 편했어요. 전작에서도 짝사랑을 해봤기에 그때의 감정이 어느 정도 저한테 쌓여서 도움이 됐습니다."

학창 시절의 변우석은 운호와는 많이 달랐다고. 조용히 사색하고, 카메라를 만지면서 자신의 꿈에 대해 깊이 고민하는 운호와 달리 변우석은 활발한 그 나이대 학생이었다.



"제가 남자고등학교를 나왔거든요. 그래서 그런지 점심을 빨리 먹고 운동하러 뛰어간 기억이 많아요. 농구, 축구 등 매일 운동만 했거든요. 운호만큼 인기가 있지도 않았어요. 주변 사람들을 보면 버스를 타고 가다가 아름다운 것들이 이뤄지잖아요. 저한테는 안타깝게도 그런 일은 없었어요."(웃음)



작품은 1999년을 배경으로 한다. 당시 9살이었던 변우석은 5살 위의 누나 덕분에 그 시절 분위기를 기억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시의 기억을 작품에 끌고 온 거다. 그는 "어렸을 때 빌려봤던 비디오가 제일 기억에 난다. 인기 많은 작품은 거꾸로 돼 있지 않냐"며 "다행히 친구들에 비해 편하게 공감할 수 있었다"고 했다.

30대의 나이에 교복을 입는 건 부담이었다. 교복 피팅을 하던 날 의상팀에게 "괜찮냐"고 계속 물어봤고, 어린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해 고민도 많이 했다. 그러다가 자신의 17살을 떠올렸는데, 지금보다 더 말랐다고 판단해 체중 감량에 돌입했다.

"2~3kg을 감량했어요. 저 나름대로 고민을 많이 한 결과죠. 몸에 근육이 있으면 나이가 있어 보일 수 있잖아요. 제가 몸이 좋아 보이진 않지만, 몇 년 동안 꾸준히 운동을 한 거였어요. 이런 근육을 빼기 위해 운동을 덜 했습니다. 만약 제가 해보고 싶은 캐릭터가 있다면, 또 교복을 입고 싶어요. 입혀주신다면 감사하다고 뛰어들 것 같아요."(웃음)

'20세기 소녀'는 변우석의 첫 영화이자 첫 주연 작품이라는 점에서 특별하다. 드라마에서도 아직 첫 번째 주인공을 하지 못했던 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에 감사하며 모든 걸 쏟아붓는다는 마음으로 작품에 임했다.

"운호에게 모든 걸 하자는 마음가짐이었죠. 어떻게 보면 부담스럽기도 했어요. 아무래도 큰 역할이니까요. 하지만 저는 약간의 스트레스는 좋다고 생각하는 편이에요. 그러면 더 열심히 할 수 있게 되고, 더 많이 고민하게 되잖아요. 이번 작품이 그랬죠."(웃음)



변우석은 '20세기 소녀'를 통해 처음으로 부산국제영화제에 방문했기에 의미가 깊다. 부산에 방문할 기회는 있었지만, 자신의 영화로 가고 싶다는 마음으로 기다린 그는 한순간에 지나갔다고 느껴질 정도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작품을 가장 처음 본 게 부산국제영화제에서였어요. 영화관에서 큰 화면으로 보니 감격스럽더라고요. 관객과의 대화(GV)를 처음 해봤는데, 긴장이 많이 됐어요. 그래도 관객들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라 행복했습니다. 3일 정도 부산에 있었는데 하루 만에 올라온 기분이 들 정도였어요. '진짜 나한테 일어난 일인가?'라는 생각에 행복했습니다."

"이렇게 '20세기 소녀'는 감사할 정도로 많은 관심을 받은 작품이에요. 제가 연기를 하면서 이 정도의 관심을 받은 건 처음이라 여러 가지로 의미가 커요. 첫 영화, 첫 주연, 첫 부산국제영화제, 첫 관심까지. 처음이라는 단어로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더 열심히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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