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 1~9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 노조가 파업 준비를 마쳤다. 파업 직전 노사 타결이 이뤄진 지난해 9월에 이어 1년 만에 다시 출퇴근 대란이 벌어질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올해는 이태원 압사 참사로 과밀에 대한 트라우마가 큰 상황이라 파업 강행 시 논란이 예상된다.
4일 공사 노조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이날까지 조합원을 대상으로 진행한 투표 결과 79.7%의 찬성률로 파업안이 가결됐다. 노조는 앞서 지난달 6일 공사와 임금 단체협상이 결렬되자 21일 서울 지방노동위원회에 쟁의 조정을 신청했다. 하지만 결국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조정 기간이 끝났다.
노조는 7일 파업 돌입 여부 및 시기 등 세부 계획을 공개할 예정이다. 노조의 한 관계자는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국가애도기간이 5일 끝나고 사고 발생 전에 미리 계획된 일정이기 때문에 예정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임단협에서 공사 측은 △근무 형태 변경 △ 2호선 본선 열차 운전 방식 개선(2인 승무→1인 승무) △차량관리소(기동검수반) 축소 및 자회사 이관 등의 안건을 제시했다. 하지만 노조는 지난해 6월 임단협에서 공사가 제시한 2026년까지 정원 1500여 명 감축 추진 계획과 대부분 같다며 만일 실행되면 1200여 명의 정원이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조는 파업 직전인 지난해 9월 13일 체결한 노사 합의를 공사가 뒤집고 다시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당시 합의문에는 ‘공사는 재정 위기를 이유로 임금 등의 저하 및 강제적 구조조정이 없도록 한다’는 조항이 포함돼 있다.
반면 서울시와 공사는 강제 구조조정이 아니라 필수적인 경영 효율화라는 입장이다. 서울시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심야 연장 운행을 하지 않는 조건에 따라 인력을 줄이는 내용이 있었지만 올해는 없다”면서 “현재 인원을 줄이는 게 아니라 외주·자회사 업무 위탁 등으로 정원을 축소해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당시 합의문 조항과 ‘경영 효율화’를 두고 노사 간 해석이 엇갈리면서 다시 파업 위기를 맞게 됐다.
서울시 및 공사 안팎에서는 공사의 재정난이 해결되지 않는 한 파업 위기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공사는 2017년 5월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공사의 통합으로 출범한 뒤 매년 당기 순손실을 지속해왔다. 특히 2020년에는 코로나19에 따른 승객 감소의 여파로 당기 순손실이 1조 1137억 원으로 직전 연도의 두 배로 급증했고 2021년에는 9644억 원을 기록했다. 재정난의 주요 원인으로는 2015년 6월 1050원에서 1250원으로 인상된 후 7년째 동결돼온 기본요금, 1984년 노인복지법에 따라 도입된 만 65세 이상의 무임승차로 인한 손실이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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