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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카는 자신을 보는 것… '얼짱 각도' 중요하죠"

'사진치유사' 임종진 달팽이사진골방 대표

사진 안 찍는 건 예쁘게 안 나와서

멋있고 아름답게 보이면 자신감 ↑

치유의 시작은 '마주 봄'에서부터

자신이 행복 추구의 주체라는 것

스스로 깨닫게 하는 게 가장 중요

기교 아닌 사람 우선인 사진 필요

임종진 달팽이사진골방 대표가 네팔 주민을 찍은 사진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과 관련한 일을 하는 전문가들을 세상은 사진 ‘작가’라 부른다. 이들이 사진기로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찍은 영상은 ‘작품’이라고 칭한다. 이런 통념에 반기를 든 사진사가 있다. 임종진(사진 54) 달팽이사진골방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서울 응암동 사무실에서 만난 임 대표는 자신을 사진작가라고 부르지 말라고 당부했다. 자신을 알리는 작품 활동도 오래전에 그만뒀다고 한다. 대신 스스로를 다른 이름으로 소개했다. ‘사진치유사.’

임 대표는 원래 신문사 사진기자로 활동했다. 고통에 시달리고 외면받는 사람들의 현실을 사진을 통해 알렸으면 하는 사명감도 가졌다. “처음에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잘려진 손, 가난한 삶을 지내는 소외 계층 등 자극적인 사진을 통해 얼마나 어려운 삶을 살고 있는가를 알리는 데 초점을 맞췄어요. 그때는 그게 가장 중요한 것인 줄 알았지요.”

연차가 쌓이면서 과연 이런 모습만이 전부일까 하는 문제의식이 싹트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2008년 캄보디아에서의 비정부기구(NGO) 활동 경험은 그의 삶을 180도 바꿔놓았다. 임 대표는 “소수민족과 에이즈 환자, 빈민촌 마을 등을 내 집 드나들 듯이 다니면서 이전에는 몰랐던 그들의 평범한 일상, 웃음 등이 보이기 시작했다”며 “이후 사람이 우선인 사진을 찍자는 모토가 세워졌다”고 설명했다. 사진치유사의 등장이다.

임종진 달팽이사진골방 대표가 애장품이지만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자신의 사진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어떻게 치유하겠다는 것일까. 그는 ‘마주 보는 것’에서 시작한다. 고통스럽고 암울한 현실 앞에 스스로 서서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진을 얼마나 잘 찍느냐, 어떤 기교를 부리느냐는 여기서 중요하지 않다. 자신이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권리의 주체라는 것을 스스로 깨닫게 하는 것이 필요다. 3년 전 간첩 조작 사건의 피해자 5명과 함께 연 ‘나는 간첩이 아니다’ 사진전의 부제가 ‘오늘을 행복하게 살아가는 그들의 이야기’인 이유다. 임 대표는 “처음에는 부들부들 떨며 고문받던 장소를 찾아갔던 이들이 나중에는 심리적 재난에서 벗어나 당당한 발걸음으로 돌아다니고 사진도 제대로 찍더라”며 “이들이 고통과 마주하면서 능동적 행동과 치유적 행위를 함으로써 스스로 살필 수 있는 힘을 갖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행복했던 기억의 사진을 통해 원래의 존재를 깨닫게 하는 방법도 동원된다. 성매매피해여성쉼터나 미혼모들의 경우 어릴 적 추억이 담긴 곳을 찾아 당시를 회상하거나 단란했던 가정을 떠올리는 고향집의 사진을 찍는 등 ‘내가 이토록 귀한 사람이었구나’를 느낄 수 있도록 함으로써 마음의 위안을 삼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는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 유행하는 ‘셀카’로까지 확장된다. 그는 셀카를 많이 찍으라고 조언한다. 스스로를 찍는 것이야말로 자신을 들여다보는 매우 중요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단 되도록이면 예쁘고 자신 있는 모습이 나오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사람들은 사진 찍는 것을 누구나 좋아합니다. 사진을 안 찍는 것은 내가 보기 싫게 나오기 때문이죠. 그래서 얼짱 각도를 아는 것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훨씬 멋있고 아름답게 보이면 자신감을 높일 수 있습니다.”

그는 빈곤 퇴치 운동을 벌이는 국제 구호 기구의 활동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본다. 아프리카 사람들에게 가난이 전부는 아닌데 기부를 받기 위해 동정심만 유발하는 ‘빈곤 포르노’에서 단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임 대표는 “어려운 상황을 배경으로 하되 그들이 얼마나 존엄하고 능동적인 삶을 사는지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며 “그들이 가지는 인간으로서의 존재적 의미가 무엇인지 안다면 이들을 바라보는 불편한 시각도 사라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에게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니다. 사진을 통한 심리 치료를 할 때 대부분 자비를 들여 하는 탓이다. 경제적 부담을 줄이려 예비 사회적기업 신청을 하면 재무제표에만 관심을 표할 뿐이었다고 한다. 임 대표는 “예비 사회적기업을 신청하면서 빚만 1억 원이 늘었다. 너무 고통스럽더라”며 “사진을 통해 무슨 심리 치료를 하냐는 얘기를 들었을 때는 모멸감까지 들었다”고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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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규 기자 여론독자부 sk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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