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가 연일 무섭도록 오르고 있다. 더 두려운 점은 금리 인상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예측하기가 힘들다는 점이다. 레고랜드 사태에서 보듯이 투자자들은 극도로 신중해지고 있고 시장에서 돈을 융통하기가 난망한 상황이다. 기업뿐만 아니라 개인들도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전국의 아파트 시세가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고 영끌족들이 증가한 대출이자를 갚지 못해 허덕이고 있다.
본격적으로 금리가 증가하기 시작한 시점이 고작 올해 중반기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새삼 금리 변화가 시장에 미치는 거대한 힘이 놀랍다. 올해 상반기만 해도 부동산 가격은 영원히 우상향한다는 막연한 기대가 우리 사회에 팽배해 있었다. 직장인들도 주식이나 코인과 같은 투자 자산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었고 온갖 신생 스타트업 회사에 대한 관심도 여느 때보다 높았다.
지금 투자 시장의 썰렁한 분위기를 보면 고작 몇 달 전의 뜨거웠던 그때가 마치 꿈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이제 직장에서 코인이나 대박 치는 부동산 투자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은 별로 없거니와 이런 얘기를 꺼내는 것도 왠지 멋쩍어졌다. 하지만 영원한 상승이 없듯이 계속되는 하락도 없는 법이다. 투자에 대한 광기가 사그라든 이 시점에서 투자에 대한 사람들의 심리를 뇌과학의 관점에서 냉정하게 살펴보기에 좋은 시점이다.
투자자들은 대부분 자신이 뭘 원하는지 알고, 그리고 자신의 미래에 대한 전망이 어느 정도는 정확하다고 믿는다. 하지만 사실일까. 많은 사람이 더 좋은 입지의 넓은 집, 더 큰 차, 유명 디자이너의 옷을 입으면 지금보다 훨씬 행복해지리라 믿지만 대규모 샘플을 대상으로 한 많은 연구들은 이러한 물리적·외적인 대상들이 사람들의 행복에 미치는 영향은 극히 미미하다고 공통적으로 보고하고 있다. 이들 연구들에 의하면 외적인 대상보다는 안정적이고 친밀한 인간관계, 잘 짜인 호의적인 관계망 등의 사회적 요소들이 사람의 행복에 더 장기적이고 일관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연구 결과들을 보면 ‘돈의 심리학’의 저자인 모건 하우절이 주장하듯 사람들은 돈을 원한다고 외치지만 그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돈이 아니라 타인으로부터의 존경, 칭찬, 우애(solidarity) 등과 같은 사회적 보상이다. 소크라테스가 “너 자신을 알라”고 외친 지 250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우리는 우리가 무엇을 원하는지 잘 알고 있지 못하는 듯하다.
투자자들은 자신의 미래 전망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하지만(물론 그렇기에 투자라는 행동 자체가 가능하겠지만) 실제 우리의 의사 결정은 ‘생각의 용이성’에 크게 지배된다. 새해에 헬스클럽 6개월권을 구매하는 사람들의 마음속을 떠올려보자. 6개월 후 멋진 몸매, 해변에서 선탠을 하는 멋진 광경이 그들의 머릿속에 쉽게 떠올려졌을 것이다. 그러나 그 과정에 필연적으로 따르는 숱한 역경들, 술자리를 마다하고 운동을 하러 가는 것, 가혹한 식단 관리, 코치들의 가혹한 훈련, 이런 귀찮고 싫은 것들은 머리에 쉽게 떠올려지지 않는다. 하지만 누구나 이미 알고 있듯이 많은 사람은 이런 역경들을 견디지 못한다. 우리는 “쉽게 떠오르는 생각이 더 진실하다”고 믿는 강력한 심리적 편향을 갖고 있고 이 때문에 매해 지치지도 않고 헬스클럽에 돈을 기부하고는 한다. 투자에서도 이러한 ‘생각의 용이성’은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 누구나 20년 후의 워런 버핏을 꿈꾸며 호기롭게 투자의 길에 들어서지만 그 과정에서의 온갖 역경들을 고려할 수 있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하다.
우리의 뇌와 마음이 진화하는 수십만 년 동안의 환경을 생각해보면 우리가 좋은 투자자가 아니라는 점은 어느 정도 용서할 수 있을 것 같다. 우리의 선조들은 당장의 생존과 번식에 골몰했을 뿐 장기적이고 수많은 변수들을 고려해야 하는 투자 따위는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다. 선조들과 동일한 뇌를 갖고 있는 우리들에게 투자는 어쩔 수 없이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뇌와 마음이 갖고 있는 오류를 미리 알고 있다면 좀 더 만족스러운 투자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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