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주요 재건축단지에서 고가 대비 5억 원 이상 하락 거래가 이어지고 있다. 금리 인상 및 집값 고점 인식으로 인한 거래 절벽에 재건축 규제 완화 속도도 예상보다 더디자 ‘재건축 호재’도 힘을 내지 못하고 있다.
3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에 따르면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면적 76.8㎡는 10월 8일 19억 9000만 원(2층)에 거래됐다. 지난해 기록한 신고가 26억 3500만 원(11층) 대비 6억 4500만 원 낮은 금액이다. 해당 면적은 새 정부 출범 직후인 올해 5월만 해도 재건축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에 모든 매매 계약이 25억 원 이상에 체결됐지만 이후 매수 심리가 급격히 위축하면서 가격이 급락했다. 은마아파트는 지난달 재건축 정비계획안이 재건축 추진 26년 만에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통과하는 대형 호재가 나왔지만 오히려 호가는 더욱 떨어진 상태다.
대치동 A 공인중개사는 “은마아파트가 본격적으로 재건축 절차를 밟기 시작하면서 매수세가 다시 붙고 집값도 다시 오를 것으로 기대했으나 전반적인 부동산 시장이 워낙 좋지 않다 보니 호재 덕을 보지 못하고 있다”며 “일시적 2주택 비과세 및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매물이 더 저렴하게 나오면서 76.8㎡ 면적의 경우 19억 원에도 매물이 나오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른 지역 주요 재건축단지들도 비슷한 흐름이다. 지난해 정밀안전진단(1차)을 통과한 양천구 신정동 ‘목동신시가지14단지’ 108.3㎡는 10월 15일 16억 원(14층)에 거래됐다. 2021년 9월 신고가 21억 5500만 원(9층)보다 5억 5500만 원 떨어졌다. 이 단지 역시 재건축 활성화 기대감에 올해 4월까지도 직전 거래보다 높은 가격에 매매되던 곳이다. 이외에 송파구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 81.8㎡는 지난달 18일 고가 대비 5억 원 넘게 하락한 24억 4100만 원(9층)에, 76.5㎡는 고가 대비 6억 원 가까이 하락한 22억 7850만 원(8층)에 팔렸다.
우병탁 신한은행 WM컨설팅센터 부동산팀장은 “올해 초만 해도 재건축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재건축단지들의 집값을 방어하는 역할을 했지만 전국적으로 집값 하락세가 확대되고 규제 완화 정책도 기대만큼 크지 않자 결국 이들 단지마저 버티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우 팀장은 이어 “서울 중심에 위치한 재건축 예정 단지마저 집값이 떨어진다는 것은 서울도 대세 하락·조정기로 접어든 근거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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