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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수 특파원의 中心잡기] '전랑 외교' 中만도 못한 韓 대사관의 행보

언론자유지수 세계 꼴찌인 中마저

거칠지만 외신 브리핑 적극적인데

주중韓대사는 자국 언론조차 기피

더 당당하게 입장 밝힐 줄 알아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3연임을 확정하면서 외교 라인에 중용된 인사들을 보면 지금보다 더 거칠고 강경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자국의 어젠다를 관철하려고 외교 현안에서 원색적인 표현을 서슴지 않는 이른바 ‘전랑 외교’를 펼쳐온 중국의 색깔이 더욱 뚜렷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달 중국 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에서 중앙정치국 위원에 선임된 왕이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중국 전랑 외교의 상징적 인물로 꼽히는 친강 주미 중국대사가 외교 전면에 나설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둘은 공식 행사에서도 상대국을 향한 거친 발언으로 화제가 됐던 인물이다.

해외 공관의 외교관들도 최근 부쩍 직설 화법으로 자신들의 의사를 전달하고 있다.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가 대표적이다. 싱 대사는 최근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한중 관계 악화 원인을 한국 언론 탓으로 돌렸다. 주재국 언론사의 기자들 앞에서 중국의 동북공정이나 사드 보복 등은 모른 체하며 책임을 전가했다.

우리 입장에서 보면 이런 중국과의 외교가 부담스럽지만 한편으로는 부러운 측면도 있다. 적극적으로 자신들의 의사를 전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싱 대사만 봐도 한국 언론·정치권과 자주 소통하며 중국의 입장을 적확하게 알리는 편이다.

중국 외교부의 브리핑도 어찌 보면 높이 평가할 만하다. 평일 오후 3시(현지 시각)면 어김없이 외교부 대변인이 국내외 언론 앞에 서기 때문이다. 자신들에게 불편한 질문에는 무성의한 답변을 하더라도 그들은 브리핑에 진지하게 임한다. 서면 질의를 해도 반드시 답변하는 점 역시 예상 밖의 태도다.

외교적 현안마다 정부의 공식 의사를 밝히는 것은 부담스러운 일이다. 이 경우 언론을 통해 간접적으로 정부 입장을 내놓기도 한다. 한국 외교부는 물론 미국·일본 등 주요 한국대사관이 정례 브리핑을 여는 이유다. 민감한 외교 사안도 공개하도록 언론사들은 오래전부터 암묵적인 룰을 지키며 이를 지원하고 있다.

이 같은 필요성에도 지금 주중 한국대사관에서는 브리핑이 파행으로 치닫고 있다. 매주 월요일마다 열리는 공사참사관 주재 브리핑은 별 문제가 없지만 매달 첫 번째 월요일에 직접 대사가 나오기로 했던 브리핑이 아무런 이유 없이 두 달째 열리지 않고 있다. 10월에는 공휴일(개천절·한글날 대체 휴일)과 국정감사 등을 이유로 들더라도 11월에는 별다른 설명도 없이 대사 브리핑을 공참 브리핑으로 대체했다.



지난 국정감사 때 여러 국회의원이 정재호 주중 한국대사가 베이징 특파원단과 불편한 관계에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국익을 생각해서 적극적으로 소통해줄 것을 요청한 박병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정 대사는 알겠다고 답했지만 예고된 브리핑에 나서지 않고 있다. 기자들이 룰을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국경없는기자회(RSF)가 매년 발표하는 세계언론자유지수에서 올해 한국은 43위를 기록했다. 이 지수에서 한국은 그동안 노무현·문재인 등 진보 성향의 정부에서는 주로 순위가 높았고 이명박·박근혜 등 보수 성향의 정부에서는 순위가 낮았다. 보수 정권일수록 언론에 불편함을 느껴 비판과 탄압이 상대적으로 많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의외로 ‘도어스테핑’은 피하지 않아 전과 다른 양상을 보일지 기대도 되고 있다.

중국은 언론자유지수가 175위로 최하위권이다. 관영 매체들이 정부의 입장만 대변하고 받아쓸 뿐이지만 적어도 자신들에게 껄끄러운 외신들의 브리핑 참석을 막거나 자신들이 먼저 브리핑을 취소하는 일은 없다. 자신들에게 우호적이거나 덜 비판적인 매체에만 먼저 손 내미는 유치함도 없다. 언론자유지수를 떠나 브리핑에서 당당하게 자신들의 입장을 밝히는 자세만큼은 우리가 중국에 배워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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