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채 시장의 유동성 부족이 금융시장의 리스크로 떠올랐다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점검 결과가 나왔다. 가파르게 상승하는 기준금리 때문에 채권 가격이 급락(채권 수익률 급등)하면서 거래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고 이에 채권과 연계된 각종 금융 부문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연준은 4일(현지 시간) 발간한 금융안정보고서에서 “국채 시장의 유동성은 역사적으로 정상 수준을 밑돌고 있다”며 “낮은 유동성은 가격 변동성을 증폭시키고 궁극적으로 시장의 기능을 저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준의 금융안정보고서는 미국 금융시장의 리스크를 점검하는 정기 보고서다. 올해는 5월에 이어 이날 발간됐다.
채권 유동성 문제는 이번 보고서에서 새로 불거진 위험 요인이다. 연준이 보고서에 담은 투자펀드·연구기관 등 26개 기관 대상 설문에서 응답자의 56%가 ‘시장 유동성 고갈과 변동성’을 향후 12~18개월 내 잠재 리스크로 꼽았다. 이는 △인플레이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제외하고 가장 높은 비중이다. 앞서 5월 실시한 같은 설문에서는 채권 유동성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
9월 영국 국채 수익률이 급등하면서 현지 연기금의 마진콜(추가 증거금 요구) 사태가 불거졌던 것이 미국 내 채권 리스크에 대한 우려를 키운 것으로 분석된다. 연준은 보고서에서 “채권의 담보 기능을 고려할 때 유동성 부족은 자금 조달 리스크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이에 따라 시장 참여자들이 마진콜을 겪는 상황도 계속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보고서는 주요 원인을 금리 변동성과 경제 불확실성으로 분석했다. 이에 연준 역시 금리 변동 속도는 조절하려는 분위기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2일(현지 시간) 기자회견에서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추고 대신 더 오랜 기간에 걸쳐 최종금리를 더 높이는 쪽으로 무게중심을 옮길 것이라고 밝혔다.
지역 연방준비은행 총재들도 같은 구상을 밝혔다. 수전 콜린스 보스턴연은 총재는 이날 “충분히 제약적인 수준에 도달할 때까지 더 작은 폭의 인상이 상황을 판단하는 데 보다 더 적절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12월 금리 인상 폭에 대해 “75bp(1bp=0.01%포인트)도, 25bp도 모두 테이블 위에 있다”고 했다.
토머스 바킨 리치먼드연은 총재도 “브레이크에 발을 올릴 때는 보다 신중해진다는 의미고 나도 그럴 준비가 됐다”며 “최종금리는 내년에 5%까지 올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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