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연합공중훈련인 ‘비질런트스톰’ 마지막 날, 미군은 전략폭격기 B 1B 랜서 두 대를 한반도로 출격시켰다. 북한이 잇단 미사일 발사 등 도발을 이어가는 한편 7차 핵실험까지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북한을 향한 경고 수위를 한층 높인 것이다. 한미가 북한에 대한 확장 억제 방침에 합의한 만큼 이를 이행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6일 함동참모본부에 따르면 한미 공군은 전일 한반도 상공에서 진행된 연합공중훈련에서 미 공군 B 1B 2대를 공군의 F 35A 스텔스 전투기 4대, 미 공군의 F 16 전투기 4대와 함께 가동했다. B 1B의 한반도 전개는 2017년 12월 이후 약 5년 만이다.
B 1B는 부드러운 외형과 달리 위력적인 폭격 능력을 갖췄다는 점에서 ‘죽음의 백조’라고도 불린다. 유사시 괌의 앤더슨 미 공군기지에서 출격해 한반도 상공까지 2시간 만에 도달할 수 있어 북한이 두려워하는 무기 중 하나다. 북핵 위협이 고조되자 미국은 지난달 B 1B 4대를 괌에 전진 배치한 데 이어 한미 훈련에 도입한 것이다.
당초 이번 훈련 참가 대상이 아닌 B 1B를 출격시킨 것은 한미 간 확장 억제 공약의 이행 의지를 보여주고자 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앞서 한미 국방장관은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한 3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제54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에서 연합훈련 연장과 함께 미국의 전략자산을 상시 배치 수준으로 한반도에 전개하는 데 합의했다.
문성묵 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이번 B 1B 전개는) 북한이 무모한 도발을 할 경우 응징할 수 있는 역량을 갖췄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줌으로써 추가 도발을 막고자 하는 의지를 과시한 것”이라며 “국내에도 전술핵 재배치 등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것에 대해 (미국과) 이와 버금가는 확고한 확장 억제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효과가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양국이 북핵 확장 억제를 강화하기 위해 공동 대응에 나서기로 하면서 미국의 전략자산이 한반도에 더 자주 나타날 가능성도 커졌다. 윤석열 정부 들어 한반도에는 미 전략자산인 핵추진항공모함·잠수함 등이, 근거리 일본에는 세계 최강의 군용 무인 드론으로 평가 받는 미 공군의 ‘MQ 9 리퍼’나 미 해군의 로스앤젤레스급 핵추진잠수함 스프링필드 등이 전개됐다.
문 센터장은 “물론 (전략자산 전개로) 김정은이 당장 추가 미사일 도발이나 추가 핵실험을 멈출 것 같지는 않다”면서도 “적어도 한국을 향해 미사일을 사용하거나 하는 시도는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확장 억제 효과를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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