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청탁 대가와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의 재산내역에서 ‘수상한 정황’이 포착됐다. 지역위원장 자리가 교체될 무렵 후임 위원장과 부동산 거래를 한 것인데, 시점과 거래 내용면에서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7일 서울경제의 취재를 종합하면 민주당 서초구갑 지역위원장인 A씨는 올해 8월 9일 이 전 부총장 소유의 서울시 양재동 빌라에 매매계약 가등기를 설정했다. A씨가 7월 이 전 부총장으로부터 지역위원장 자리를 넘겨받은 지 한 달을 못 채운 시점에 일어난 일이다. 이 건물은 이 전 부총장에게 사업 청탁 등의 대가로 10억여원을 건넨 의혹을 받는 사업가 박모씨 측으로부터 9억2000만원대 금액의 가압류가 걸려 있다. 이씨가 자신이 준 돈을 갚지않자 아내 명의로 가압류를 건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은행 근저당권과 전세권, 공사비 등을 포함하면 사실상 시세에 육박한 것으로 파악됐다.
문제는 A씨가 왜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이 전 부총장의 빌라를 계약했느냐다. 가압류된 부동산의 경우 위험한 물건이라는 인식에 시세에 비해 월등하게 싸게 나온 경우를 제외하곤 거래를 피하는 경우가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두 사람의 관계, 거래 시점 등 석연찮은 구석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단순한 부동산 거래가 아닌 별도의 이해관계가 작용한 게 아니냐는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일각에선 부동산 거래 이면에는 ‘지역위원장 자리’가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 전 부총장은 2016년 처음 지역위원장에 선임됐는데, 장기간 연임이 됐음에도 국회의원·구청장 등 선거에서 계속된 낙선으로 입지가 좁아지고 있었다. 여기에 지난 3월 박씨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했다는 의혹의 보도가 나오면서 더 이상 직을 지키기 애매한 상황에 처했다. A씨의 경우 4월 민주당 6·1 지방선거 '컷오프'(공천배제) 대상으로 선정됐었다.
지역위원장은 보통 지역구 현역 의원이나 출마자가 겸임한다. 구·시의원 공천권을 쥐고 있어 지역의 ‘당대표’로 불리는 막강한 자리다. 이 전 부총장 역시 지역 정치인들에 대한 영향력을 내세워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중이다.
이러한 전후 사정에 비춰 지역 내에선 이 전 부총장이 지역위원장 자리를 A씨가 물려받도록 힘써준 ‘정치적 대가’로 부동산 계약이 성사된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현재 이 전 부총장 관련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김영철 부장검사)와 공공수사2부(이상현 부장검사)가 관련 의혹을 들여다볼 여지도 있다.
A씨는 이 전 부총과의 부동산 거래 경위를 묻는 질문에 “양재동 건설임대주택 신축 건과 지역위원장 건은 상호 무관하게 진행된 두 가지”라며 오로지 사업상 이유로 이뤄졌다고 해명했다. 그는 “지난 4월 이 전 부총장로부터 양재동 주택을 건설임대 주택으로 신축해 달라는 자문과 의뢰를 받게 됐다”며 “이후 박씨로부터 가압류가 들어와 신축사업이 진행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이씨가 공사를 계속 진행하기 위해 저의 요구대로 매매예약 가등기를 해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채무초과의 부동산을 소위 깡통상태에서 떠넘겨 이씨가 소정의 이득을 취하는 그런 계약이 아니었다”며 “이씨의 재산상태가 갑자기 악화되자 공사 진행자인 저를 보호하기 위해 체결된 (매매)계약이었다”고 덧붙였다. A씨는 “향후 더 많은 소명이 필요할 경우에는 지금까지 진행된 내역을 자료에 의해 상세하게 소명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A씨는 또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도 수사선상에 올라 있다. 서초경찰서는 6·1지방선거 과정에서 당내경선에 영향을 미칠 목적으로 허위사실을 공표했다는 내용의 고발 사건에 대해 최근 검찰로부터 보완수사를 요구받고 A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수사를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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