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7일 ‘이태원 참사’와 관련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특검 필요성을 띄운 것에 대해 “특별검사가 초동 수사 단계부터 수사하는 건 진실 규명에 오히려 장애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한 장관은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위 회의 참석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현 제도에서 가장 효율적이고 투명하게 진실을 규명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검찰 수사까지 다 마친 이후 그래도 미진하다면 얼마든지 특검을 해도 좋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특검 도입 시 구성에만 상당 시일이 소요된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한 장관은 “대형 참사 사건의 수사는 특수성이 있다. 신속성이 다른 사건들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며 “왜냐하면 목격자 진술이 휘발성이 크고 기억이 시간에 따라 왜곡될 가능성이 있는 데다 증거가 사라질 우려가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런데 특검은 개시까지 최소 몇 개월이 소요된다. 잘 아시다시피 유일한 상설특검이었던 세월호 특검의 경우 국회 의결 시부터 다섯 달이 걸렸다”며 “그렇다면 이런 대형 참사 사건의 초동 수사를 특검이 맡는 것은 진실을 규명하는 데 무리가 따른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앞서 민주당에서는 이재명 대표가 최고위원회의에서 “국정조사도 강제조사 권한이 없기 때문에 결국 이제 특검을 논의할 때가 됐다. 중립적인 특검을 통해 철저하게 진상을 규명하고 관련자들에 대한 엄정한 문책이 뒤따라야 한다”며 특검 필요성을 제기했다.
한 장관은 “저도 특검 수사를 해본 경험이 있는데 특검 수사 논의가 초동수사 단계부터 올라가면 기존의 수사팀 입장에서는 수사를 계속 진전하는 게 아니라 탈 없이 특검으로 넘기는 쪽에 집중하게 된다”며 “그렇게 될 경우 정확한 진실규명에 오히려 장애가 될 수 있다”고 부연했다.
한 장관은 경찰 수사가 먼저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현 제도하에서는 제 생각에는 첫째 경찰이 여론의 감시하에 신속한 수사를 하고, (검찰에) 송치가 되면 검찰이 정교하게 전부 다 다시 수사하는 것”이라며 “경찰도 지금 말한 우려가 있다는 점을 충분히 인식하고 수사할 거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참사 당시 경찰이 마약 범죄 단속에 집중하느라 참사를 막지 못했다’는 지적에는 “공직자로서 이 참사에 대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그렇지만 이런 비극을 이용해서 정치적 장삿속을 채우거나 허무맹랑한 유언비어를 퍼뜨리는 것에는 반대한다”고 했다. 또 “그건 이 비극적 참사로 돌아가신 분들과 유족들, 애도하는 국민 모두에게 상처를 주는 일”이라고 답했다.
민주당의 국정조사 요구에는 “국회에서 심도 있는 논의를 하실 부분이 있고, 법무부 장관으로서 제가 말씀드릴 문제는 아닌 것 같다”고 선을 그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