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가 주력하는 ‘반도체특별법(K칩스법)’ 등 미래 먹거리를 위한 법안도 줄줄이 뒤로 밀리고 있다. 정부가 반도체·2차전지·디스플레이 등 미래산업 초격차 확보를 위해 국가 컨트롤타워인 ‘국가첨단전략산업위원회’까지 출범시키며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국회에서는 여야 간 정쟁에 밀려 법안 통과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다.
8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에 따르면 K칩스 법안 중 하나인 ‘국가첨단전략산업 경쟁력 강화 및 보호에 관한 특별 조치법’은 지난달 전체회의를 거쳐 담당 소위원회로 넘어간 뒤 논의를 위해 대기하고 있다. 최소 20%의 기업 세제 혜택 등을 담은 ‘조세특례제한법 일부 개정 법률안’의 경우에도 조세소위원회 구성이 늦어지면서 논의가 미뤄지고 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나서 “반도체 산업은 우리 생사가 걸린 문제”라며 속도전을 주문했지만 발의 이후 석 달째 법안 상정도 하지 못한 셈이다.
다른 산업에 대한 지원안도 상황은 비슷하다. 정부가 2차전지 생산을 위한 핵심 광물 확보를 강조함에 따라 여당은 대통령 소속 공급망안정화위원회 설치, 경제안보 품목의 수입 국가 다변화 등의 내용을 담은 공급망기본법을 발의했지만 논의에 들어가지 못했다.
정부가 주력 수출산업으로 꼽는 방산 산업에 대해서도 기업이 큰 부담을 가졌던 지체상금을 완화하는 내용의 ‘방위 사업 계약 체결 및 이행 등에 관한 법률’이 발의돼 심사를 기다리는 중이다. 이 외에도 원전 산업 경쟁력 유지를 위해 ‘고준위방사성폐기물관리법’ 등이 논의돼야 할 법안으로 꼽힌다. 하지만 예산안 심사 등 국회 일정이 연말까지 밀릴 경우 이들 법안에 대한 논의가 해를 넘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여당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기 위해 물밑에서부터 야당 설득에 나설 방침이다. 여당 관계자는 “법안 통과를 위해 뛰어다니며 야당 설득에 나서야 할 때”라고 전했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도 윤 대통령이 수출 경쟁력 확보를 강조한 것을 들어 “대한민국의 현 좌표에서 하신 정확한 인식”이라며 미래 먹거리 산업을 위한 정부와 정치권의 협조를 강조했다.
하지만 야당이 기업 혜택 등에 대해 부자 감세, 지역 차별이라고 지적하는 등 여야 간 합의에는 난항이 예상된다. K칩스법에 대해 야당 측은 “인재나 투자 관련 수도권 집중화가 우려된다”며 지역 균형 발전을 추가로 고려해 법안을 보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외에도 각 법안이 담은 세제 혜택,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범위 등도 기획재정부와 합의를 거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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