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피봇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피봇이란 정책 방향의 전환을 의미하는데 여기서는 금리 인상을 중단하거나 종료할 것이라는 적극적인 피봇보다는 금리 인상 폭을 줄여나가는 소극적인 피봇을 뜻한다. 이러한 기대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연준 내 과도한 긴축 우려가 커지고 있으며 12월 50bp(bp=0.01%포인트)로 금리 인상 폭 완화를 논의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으면서 가속화됐다.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폴 크루그먼과 월가의 대표적 증시 강세론자인 제러미 시겔은 연준이 피봇을 할 때가 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연준이 인플레이션 극복을 위해 할 만큼 했으며 주택 경기와 인플레이션이 둔화하고 있지만 주요 경제지표는 후행적으로 이러한 하락세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취지다. 또한 연준이 긴축 강도를 완화하지 않을 경우 닥칠 금융 안정 측면의 위험도 무시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반면 이번 긴축 사이클을 가장 정확하게 짚어낸 래리 서머스 전 재무부 장관과 모하메드 엘에리언 알리안츠 수석경제고문은 시장의 예상보다 더 금리를 올리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잘못 판단해 매우 늦었으며 과잉 긴축을 피하면서 스태그플레이션을 초래하기보다는 차라리 리세션을 맞이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더 나은 시나리오라는 주장이다.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은 양쪽의 의견을 모두 반영하고 있다. 아직까지 다수의 참가자들은 과소 긴축의 비용이 과잉 긴축의 비용보다 클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반면 몇몇은 현재의 불확실한 글로벌 경제와 금융 환경을 고려하면 부작용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 긴축 속도를 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전 연준 의장이자 재무부 장관인 재닛 옐런도 국채시장의 유동성과 금융 안정성 우려를 통해 우회적으로 이러한 의견에 동조하는 모양새다.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의 과잉 긴축에 대한 비판도 높아지고 있다.
한편 아직까지 성장과 물가·고용 등 경제지표는 과잉 긴축 기조에 무게를 싣고 있다. 3분기 성장률이 전 분기 대비 연율 2.6%로 호조를 보였고 가계의 초과 저축은 1조 7000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돼 소비 둔화까지는 상당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고용지표는 경기에 동행하거나 후행하는 지표들이 여전히 강한 가운데 선행성을 갖는 일부 지표들도 강한 둔화 신호를 보이지는 않고 있다. 주택 시장은 그나마 분명한 경기 둔화 조짐을 뒷받침하는 모습이다.
결론적으로 연준은 주요 실질금리를 플러스 구간으로 만드는 수준에서 최종 타협할 가능성이 높다. 소비자물가지수(CPI)나 개인소비지출(PCE) 인플레이션과 같은 헤드라인 물가지표 수준인 6~8%만큼 명목 기준금리를 인상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결국 물가채(TIPS) 주요 만기 금리를 1.5% 이상에서 유지하고 근원 PCE 인플레이션과 1년 기대인플레이션 레벨을 충족하는 5% 내외에서 최종 기준금리가 결정될 것으로 예상한다.
이에 따라 연준은 12월 50bp 인상으로 선회할 것으로 보이지만 점도표의 최종 금리 수준은 추가적으로 상향될 가능성이 높다. 내년 인상 폭을 미리 결정해놓지는 않았겠지만 점도표를 상향 조정해 제시함으로써 시장이 피봇의 신호를 과도하게 해석하지 않게 하고 나아가 정책의 유연성을 높일 것으로 전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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