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 특별수사본부가 8일 경찰청장실·서울청장실 등 경찰 지휘부 사무실을 전격적으로 압수 수색했다. 경찰청 수뇌부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강한 질타가 나온 지 하루 만에 강제수사다. 특수본이 경찰의 자체 감찰을 건너뛰고 ‘윗선’에 대한 조사에 본격 나서면서 이태원 참사 수사도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수본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경찰청과 서울경찰청, 용산구청 등 4개 기관 55곳에 수사 인력 84명을 보내 수사 자료를 확보했다. 특수본이 확보한 압수물은 윤희근 경찰청장과 김광호 서울청장, 이임재 전 용산서장, 류미진 총경, 박희영 용산구청장, 최성범 용산소방서장 등 주요 관련자 휴대전화 45개와 핼러윈데이 안전대책 등 문서 472개 및 PC 전자정보 1만 2593개, 각 기관 청사 내·외부 폐쇄회로(CC)TV 등 영상 15건이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경찰청장실과 서울청장실 등 경찰 지휘부의 집무실이 압수 수색 대상에 포함된 것이다. 윤 청장과 김 서울청장은 156명이 숨진 이태원 참사 당시 지휘 체계 붕괴 등 경찰의 초기 대응 부실에 책임이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번 경찰 압수 수색 대상에 경찰청 정보시스템운영계·경비안전계, 서울청 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경비부장실, 서울청 112상황실장실 등이 포함된 것도 지휘 보고 체계의 문제점을 살펴보기 위한 행보로 분석된다. 특수본은 지휘부 압수 수색에 대해 현장 지휘관이었던 이 전 서장 등의 범죄 혐의를 밝히기 위한 참고인 신분이라고 설명했지만 향후 조사 과정에서 혐의가 드러날 경우 두 사람 모두 피의자로 전환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수본이 1차 압수 수색 이후 6일 만에 경찰 지휘부를 정조준한 것은 공정성을 확보해 수사에 박차를 가하기 위한 포석으로 분석된다. 경찰은 전날 이 전 서장 등 사고의 1차 책임이 있는 인물들을 입건했지만 정치권을 중심으로 ‘꼬리 자르기 수사’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지휘부 강제수사는 수사 독립성 논란에 흔들리지 않고 정면 돌파하겠다는 특수본의 의지도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윤 청장은 전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용산서장에 대한 압수 수색과 관련해 “추가적으로 할 수 있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발언해 특수본의 독립성을 훼손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각종 논란을 해소하지 못할 경우 경찰 수사에 대한 신뢰가 큰 타격을 받는 만큼 지휘부 강제수사라는 정공법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이 경찰 지휘부를 강하게 질타한 것도 강제수사에 영향을 준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경찰 지휘부에 대한 압수 수색은 윤 대통령의 발언 하루 만에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특수본 관계자는 “주요 압수 대상 물건은 주요 피의자 및 참고인의 휴대폰과 핼러윈데이 관련 문서, PC 전자정보, CCTV 영상 파일 등”이라며 “압수물을 분석한 뒤 관련자들을 소환 조사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2차 압수 수색을 기점으로 이태원 참사 수사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부담스러웠던 경찰 지휘부에 대한 수사가 시작된 만큼 참사의 원인과 관련된 거의 모든 대상자에 대한 압수 수색이 대부분 이뤄져 수사에 탄력이 붙을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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