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K푸드 등 한국의 모든 것이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을 받고 있고 주류로 떠오르고 있는 지금 한의약도 ‘K메디’로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적기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코로나19로 면역력 강화를 비롯해 예방의학을 통한 건강관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미국을 비롯해 유럽·중동에서도 한의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8일 정창현(사진) 한국한의약진흥원장은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세계보건기구(WHO)에서도 각 나라의 전통 의학을 권장하고 있고 한의약에 대한 관심도 더불어 높아지고 있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정 원장은 이어 “중국은 물론이고 유럽·남미 등 각 나라마다 나름 전통 의학이 있다”며 “전통 의학 중 중국 의학(중의학)이 주도하고 있지만 한의약은 전통적이면서도 현대적인 면을 모두 갖췄고 한국만의 독특한 이론도 있어 상당한 장점이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 원장은 특히 한약을 비롯해 건강기능식이 ‘수출 효자 품목’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정부의 지원과 관심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중국은 헌법에 중의학을 개발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는 것과 비교하면 우리나라는 미약한 편”이라며 “K메디도 정책 지원만 뒷받침된다면 한류 문화처럼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K메디의 지향점은 헬스케어 너머의 라이프케어”라며 “생애 전 주기, 즉 요람에서 무덤까지 한의약이 기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자 한다. 이것이 현재 세계의 패러다임과도 정확하게 맞아떨어진다”고 말했다. 결국 정부 차원의 지원과 관심이 부족해 수출 품목에 오르지 못한 한의약과 한의약 인력에 대한 지원과 관심을 호소한 것이다.
정 원장은 정부의 정책 예산 지원뿐 아니라 규제 역시 한의약의 성장과 발전을 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한약 신제품 개발을 비롯해 한약 제제 개발에 대한 규제가 완화됐고 융통성이 있지만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경직됐다는 것이다. 그는 “몇천 년 동안 안전하다고 입증된 한약을 양약 개발의 루트로 다시 하라고 하는 것은 굉장한 규제”라며 “예를 들어 한약은 하나의 처방에 여러 가지 약재가 들어가는 반면 양약은 약 하나에 몇몇 성분만 활용하는데 같은 기준을 적용해서 한약을 만드는 건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중국에는 독립된 중의약법이 따로 있는데 한국에도 독립한의약법이 제정된다면 법의 테두리안에서 한의약, 한약 시장이 산업화하는 데 커다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한의약진흥원은 규제가 덜한 한의약 해외 진출, 한의약 외국인 환자 유치 지원 등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한의사의 해외 진출, 한약 제제 및 한방 의료 기기 등 수출을 비롯해 일본·중국 등 한의약 외국인 환자 유치도 지원한다. 그는 “미국에서 침과 한약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다”며 “특히 미국은 의료비가 비싸기 때문에 더욱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해외 진출은 한의사 등 인력이 나가는 게 있고 제품이 나가는 게 있지만 한의사가 나가면 당연히 의료 기술도 함께 가게 되는 것”이라며 “이는 한의약 의술의 수출이자 글로벌화”라고 강조했다.
그는 코로나19 사태에서 한의약이 감염병 의학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었음에도 소외됐던 것에 대한 아쉬움도 드러냈다. 그는 “한방의료이용법 실태 조사에 따르면 은교산·연교패독산 등 한약 제제 판매량이 1~2위를 차지했는데 이는 한방 감기 치료제”라며 “국민들 사이에서는 이미 코로나19의 초기 증상이 한약으로 개선될 수 있다고 입소문을 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서양의학에서는 코로나19 유행 초기에 치료제가 없어서 대증치료를 할 수밖에 없었다”며 "한약은 코로나19 증세를 개선할 수 있는 효과가 있음에도 소외됐다. 그래서 한의사협회에서 무료로 환자들에게 나눠주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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