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 다큐멘터리는 먹방이나 숏폼이 채워주지 못하는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켜야 합니다. 음식을 통해 더 큰 세상을 이해하려는 욕구를 채워주고, 음식 속 스토리와 인생의 질문들에 대한 답을 담아내고자 합니다.”
지난달 20일 공개를 시작한 티빙의 첫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푸드 크로니클’이 호평이다. ‘누들로드’ ‘요리인류’ 등을 통해 피버디상·백상예술대상 등을 수상한 거장 이욱정 PD는 5년 만의 신작을 통해 더 화려해진 영상과 함께 문화인류학·인문학 등으로 푸드 다큐멘터리의 영역을 확장시켰다. 8일 진행된 인터뷰에서 그는 “14개월 간 10개국을 다니며 음식을 랩·플랫·레이어의 세 가지 형태로 분류해 디자인·미학·건축·미식의 관점에서 풀어냈다”고 설명했다.
이번 작품은 만두·쌈·타코·피자·팬케이크·샌드위치·초밥·케이크 등 8가지 음식을 스타일리쉬한 영상미로 담아 냈다. 이 PD는 “시각적인 완성도가 푸드멘터리에서 가장 중요하다”며 “시각적 충격은 책 한 권보다 더 많이 사람의 지적이고 감성적인 측면에 불꽃을 튀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화려한 영상미 속에서 메시지는 더욱 깊어졌다. 철저한 취재와 고증, 현지 로케이션을 통해 음식의 기원과 발달, 문화인류학적 요소를 깊이 있게 다뤘다. 이 PD는 “문화는 거대한 나무고, 한 가지만 봐서는 전체를 볼 수 없다”며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며 비교문화적 요소를 넣었다”고 밝혔다. ‘만두’ 편에서만 6개 나라가 나온다.
오랜 기간 KBS에서 다큐멘터리를 선보여왔던 이 PD는 이번 작품을 통해 처음으로 OTT와 만났다. 이 PD는 “OTT의 시청층들은 다큐멘터리를 선택해서 보는 것”이라며 “과거보다 정보의 깊이를 더욱 강화했고, 자막 등 흥미를 끌게 만드는 장치도 많이 넣었다”고 말했다. 이 PD는 작품 속 프리젠터로 직접 나서며 유머러스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점점 짧아지고 있는 콘텐츠 속에서 70분이라는 긴 포맷을 가지고 있지만 전혀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이 PD는 앞으로도 다큐멘터리 외길을 걸어갈 예정이다. 음식 뿐 아니라 여러 분야에도 도전한다고 귀띔했다. “'고독한 미식가' 다큐멘터리도 만들려고 합니다. 또 음식을 넘어서 삶을 다루고 싶어요. ‘푸드 크로니클’을 넘어선 ‘휴먼 크로니클’의 시작을 병원에서 해 볼 생각입니다. 또 자동차 디자인에 관련된 다큐도 구상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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