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재직 중인 대학에 자녀가 편입한 사실을 숨기고 공무상 비밀이 포함된 ‘강의 포트폴리오’를 제공해 좋은 학점을 받게 한 교수가 학교를 상대로 해임 징계 취소 소송을 냈지만 패소했다.
8일 뉴스1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부장판사 이정희)는 B대학교 교수였던 A씨가 대학 총장을 상대로 낸 해임처분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A씨는 1998년부터 B대학교 전기전자공학과 교수로 재직하다가 지난 2014년 자녀가 같은 전공 편입학전형에 지원·합격한 사실을 학교에 신고하지 않았다.
B대학교에 다니게 된 A씨의 자녀는 4학기에 걸쳐 A씨가 강의하는 총 8과목을 수강했다. 2015년엔 A씨가 직접 자녀의 지도 교수를 맡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자녀에게 공무상 비밀을 누출하기도 했다. 그는 동료 교수에게 교수용 강의노트, 시험 기출 문제, 수강생 채점자료 등 공무상 비밀이 있는 ‘강의 포트폴리오’를 받아 시험을 앞둔 자녀에게 넘겼다.
A씨의 자녀는 A씨의 수업과 포트폴리오를 받은 동료 교수의 수업에서 모두 A+ 학점을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를 인지한 학교 측은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A씨를 해임 처분했다. 하지만 A씨는 학교 측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사건이 발생한 날부터 3년이 지나 징계 시효가 완성됐고, 아직 징계 시효가 지나지 않은 ‘입학 신고 불이행’ 건만으로 해임 처분을 내린 것은 징계 범위를 벗어난 것이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징계시효가 지난 비위행위라 하더라도 이를 징계의 판단자료로 삼는 건 가능하다고 판단하며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비록 한 가지 비위행위를 제외하고 징계시효가 완성되긴 했다”면서도 “그 중에는 공무상비밀누설로 형사재판이 진행 중인 것도 있어 중대한 비위행위로 평가함이 옳다”고 판시했다.
이어 “A씨 자녀는 그가 가르치는 8개의 과목을 수강해 전부 A+ 학점을 받고 다른 교수의 강의 포트폴리오를 받아 이 과목도 모두 A+ 받았다”고 짚으면서 “A씨의 비위 행위는 학사 운영의 공정성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대학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리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로 기소된 A씨는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한 2심 판결에 불복해 상고했고 현재 대법원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