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의 시가총액이 1년 만에 1조 달러 넘게 증발했다. 세계적인 인플레이션과 통화 긴축 정책 등 악재에 시달리며 이달 초 ‘시총 1조 달러 클럽’에서 탈락한 데 이어 추락을 거듭하는 모습이다.
9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날 미국 나스닥에서 아마존 주가는 전일 대비 4.27% 하락한 86.14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시총은 8787억 달러가 됐다. 아마존의 시총은 지난해 7월 초 1조8800억 달러를 돌파하며 정점을 찍었는데 1년 여 만에 1조 달러 넘게 쪼그라든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인플레이션과 통화 긴축정책, 실적 악화 등이 겹치면서 올해 아마존은 사상 처음으로 시총 1조 달러가 증발한 상장 기업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고 전했다.
올 들어 아마존의 주가는 그야말로 반토막이 났다. 실적 부진의 영향이 컸다. 지난 3분기 매출액은 1271억 달러로 시장 예상치(1274억 달러)를 밑돌았다. 연말 쇼핑 시즌을 끼고 있어 통상 매출이 개선되는 4분기에도 경기 침체 우려 탓에 전망이 밝지 만은 않다. 아마존은 4분기 매출 전망치를 시장 예상치(1550억 달러)를 하회하는 1400억~1480억 달러로 발표했다. 주가가 올 초의 절반 수준으로 낮아지면서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의 재산도 올해 초 대비 최대 1090억 달러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아마존의 시총 감소는 미국 기술주의 전반적인 부진과 궤를 같이한다. 미국의 매출 상위 5개 기술 기업의 시총은 올해에만 약 4조 달러 줄었다. 최근 아마존과 더불어 페이스북의 모기업 메타도 시총 1조 달러 선이 무너지면서 현재 세계 증시에서 시총 1조 달러를 넘는 기업은 애플, 사우디 아람코,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등 네 곳에 불과하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