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여당 민주당이 중간선거에서 당초 예상과 달리 ‘선전’한 것으로 나타나자 2024년 대선을 앞둔 미국의 정치 지형도 급변하고 있다. 특히 공화당의 ‘압승’ 여세를 몰아 대권 재도전에 나서려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대신 재선에 성공한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항마로 급부상하고 있다.
9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디샌티스 주지사는 중간선거 개표 결과 민주당 상대 후보를 19%포인트를 넘는 득표 차로 가볍게 따돌리고 일찌감치 재선에 성공했다. 그는 승리를 확정 지은 후 “우리는 선거에서 승리했을 뿐만 아니라 정치 지도를 다시 썼다”는 당선 소감을 밝혔다. 미국 언론들은 이번 선거 결과가 디샌티스의 차기 대권 가도를 탄탄히 했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정치 매체 폴리티코는 “디샌티스는 2024년 대선을 목표로 큰 승리를 거두었다”고 분석했고, 워싱턴포스트(WP)는 “공화당의 차기 대선 경선은 디샌티스의 승리로 시작했다”는 제목의 칼럼을 실었다.
그간 트럼프 전 대통령에 우호적이었던 미국 보수 성향 언론들도 일제히 ‘디샌티스 띄우기’에 나섰다. 미디어 재벌 루퍼트 머독이 지배력을 가진 타블로이드 일간지 뉴욕포스트, 케이블 뉴스 채널 폭스뉴스,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디샌티스의 재선 소식을 집중 보도했다.
구체적으로 뉴욕포스트는 선거 다음날인 9일 아침 1면에 디샌티스의 연임 성공을 대대적으로 보도하면서 그와 가족의 사진을 전면에 싣고 ‘드퓨처’(DeFUTURE)라는 제목을 달았다. 디샌티스가 미래라는 뜻이다. 폭스뉴스도 보도와 논평 등을 통해 디샌티스의 재선 도전 승리에 상당한 의미를 부여했다. 또 폭스뉴스의 홈페이지에는 보수 성향 평론가 리즈 피크가 쓴 ‘론 디샌티스, 새로운 공화당 지도자’라는 제목의 칼럼이 눈에 잘 띄는 곳에 배치됐다. 이 칼럼에는 “공화당원들은 도널드 트럼프 없이 전진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부제목이 붙었다.
WSJ는 ‘디샌티스 플로리다 쓰나미’ 사설에서 디샌티스가 민주당 찰리 크리스트 후보를 꺾고 압승을 거둔 점을 조명했다.
이에 대해 온라인 경제매체 CNN 비즈니스는 이와 관련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제치고 공화당의 지도자로 디샌티스를 지지하겠다는 뜻을 머독이 명확히 한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공화당 내에서도 ‘디샌티스 밀어주기’가 감지된다. 공화당 원로인 뉴트 깅그리치 전 미국 하원의장은 이날 뉴스 프로그램인 ‘폭스와 친구들’에서 “디샌티스 주지사가 (중간선거일 개표가 이뤄진 지난) 밤의 가장 큰 승리자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트럼프 대통령을 극복하고 더 나아가기를 원하는 공화당 내 모든 사람들이 디샌티스 주지사를 중심으로 모여들 것이 거의 확실하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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